문장웹진(8)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언제나 다층적인 읽기를 위한 좌담 7
그런데 이 집은 장은진 작가의 집과 굉장히 다르죠. 집의 양식은 한 사회적 시기의 물질적·정신적 차원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장은진 작가의 「외진 곳」은 공동체적인 집의 구조를 보여주고 그 집에 사는 사람들 사이의 인정을 보여줍니다. 반면 김금희 작가의 「미국식 홈비디오」는 에어비앤비를 보여주잖아요. 가정집을 그대로 타인에게 대여해 주는 거죠. 집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뀐 건데, 여기는 돈으로 매개된 극히 피상적인 관계를 맺습니다. 집주인은 자기 집에 대한 좋은 평가를 위해 손님을 맞이하고, 손님 역시 집주인과 일시적인 관계를 맺는 데 불과하니까요. 두 작품이 같은 시기에 나왔다는 것도 재밌는 현상입니다. 이다희 : 매튜는 동양계 미국인인데 특이해요. 그는 굉장히 프라이빗한 사람인데 이런 모습은 다른 많은 외국인과 다른 모습이잖아요. 다른 외국인들은 일종의 코스라고 할 만한 곳을 돌아다니지만 매튜는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으니까요.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송정리
송정리 - 장은진, 김희진에게 서효인 길고양이 밥을 주는 쌍둥이 여자가 사는 곳. 다정한 곳. 다정한 유곽이 있었다가 밀려난 곳. 내가 교회에 다녔던 곳. 장로회였던 곳. 떠든다고 손바닥을 맞았던 곳. 벽에 침을 뱉었던 곳. 침이 묻은 벽에 찢어진 선거벽보가 있었고, 더 많은 침들이 모이고 다시 흩어졌던 곳. 기차가 천천히 서고 천천히 출발하는 곳. 다정한 곳. 정이 많던 할매가 교회 앞 버스정류장까지 구부정하게 뛰어나와 도시락을 챙겨 주던 곳. 권사까지 했던 할매가 할아버지 병수발한 곳. 장로교에 다니지 않는 아들 내외가 망해서 찾아왔던 곳. 절름발이 개가 웃던 곳. 쌍둥이 소설가가 사는 곳. 소설로 쓰기에는 별 재미없는 이야기라 미안한 곳. 할아버지가 죽은 곳. 귀신처럼 비행기 뜨는 소리가 때때로 들려오던 곳. 아들 내외가 이혼한 곳. 술을 마신 내가 자주 토악질하던 벽이 있는 곳. 벽에 붙은 선거벽보가 다정하던 곳. 모여 침을 뱉던 사내들 산산이 흩어진 곳.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자전거 도둑
[에세이] 자전거 도둑 장은진 나에게는 15년 된 자전거가 있다. 생김새는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여성용 삼천리 자전거다. 분홍색 프레임에 분홍색 안장과 스테인리스 바구니가 달린, 작고 낮은 자전거. 본래는 엄마 거였는데 건강이 안 좋아지고 자전거 타는 게 자신 없다며 나에게 물려주었다. 그렇게 그것은 가족 공용이 아닌 내 개인 소유의 자전거가 되었다. 자전거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배웠다. 그러나 내게는 배우기 과정에서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장면들을 찾아볼 수 없다. 보호 장비를 착용한 아이의 자전거가 넘어질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부모가 뒤에서 잡아 준다거나 흔들흔들 비틀대다 서너 번 정도 넘어지며 균형 잡는 법을 터득해 가는 모습들. 애초부터 자식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는 부모를 가진 아이는 혼자서 자라고 혼자서 배우는 일에 익숙하다. 익숙하기에 그런 아이는 혼자 뭔가를 이뤘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