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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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함께 읽을래] 난민입니까? 여행자입니다!
―「내가 사는 그림자 세계」 부분 여기에 대해 장이지 시인이 내놓는 답변은 ‘아니다’로 보입니다. 아니, 오히려 이 시인은 우리가 품었던 의문 이상으로 도발적인, 혹은 어쩌면 더욱 비관적인 상상에 가 닿아있는 것 같습니다. 위에 인용된 시의 제목으로부터 이미 알 수 있듯이, 장이지 시인에게 있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의 세계는 어쩌면 단지 ‘그림자 세계’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는 불완전한 공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그림자 세계’라니, 대체 무엇의 그림자라는 것일까요? 자연히 우리는 시의 말미에 제시된 ‘플랫’의 존재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손쉬운 독해를 원한다면 ‘플랫의 꿈에 지나지 않는 세계’의 이미지에 플라톤의 동굴 우화를 끼워 맞춰볼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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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안국동울음상점 외 3편
낭송 : 장이지 출전 : 장이지 시집 『안국동울음상점』, 랜덤하우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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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엽서
엽서 ― 서윤후 씨에게 장이지 방울토마토. 잘 익은 방울토마토.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보라. 다섯 알의 방울토마토가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말을 잘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서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보라. 다섯 알의 방울토마토를 골라 보았습니다. 빈 접시. 작년 겨울의 빈 접시. 오늘 낮 하늘의 근육 구름, 또 근육 구름 너머의 빛 구름. 방울토마토 다섯 개만큼의 빛을 모은 빛 구름으로 둥실. 근육 구름 밑으로 떨어지는 눈비. 서둘러 모자를 눌러썼습니다만. 눈비보다 더 키가 높은 빛 구름. 훈데르트바서 영감님 화풍으로 묘하게 해를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백구십 센티미터의 공기, 어떠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