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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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구피에게
구피에게 장희수 시간이 약이라더니 구피는 시간 때문에 낡아가는 것 같았다 오래된 인형처럼 털이 자꾸만 말라갔다 아무 말이나 읊어본다 처방전 늘어놓듯 모르는 게 약이래 그런데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지 그렇다면 구피는 얼마나 더 많은 똥을 누어야 했던 걸까 너의 등은 언제 쓰다듬어도 따듯했는데 구피가 이름을 불러도 뒤돌아보질 않는다 기다리란 말에 곧 잘 기다리던 너를 너무 많이 기다리게 둔 탓인지 그래서 더는 기다리지 않으려는 것인지 죄 없이 조그만 네 앞발을 바라보며 누군가 잘못한 거라면 그건 나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겠는 건 나였으니까 네게 줄 수 있는 것은 병도 약도 아니었으므로 가죽이 늘어난 목줄만 매만져보다 강아지, 언제나 작은 나의 강아지야 우리는 오랫동안 산책을 하기로 했었잖아, 하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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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원죄
원죄 장희수 우리가 마주앉아 나무블록을 당기는 동안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신이 먼 옛날에 그랬대 있잖아, 인간의 몸통에서 갈빗대 하나를 뽑아버린 적이 있었대 너는 내 갈비뼈가 네게 닿을 때까지 나를 꽉 끌어안아 준 적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