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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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민들레 문학특강 참여 후기] 글쓰기는 누가 가르치는 걸까
수다를 떨게 하고 그 수다를 글로 옮겨 보자 하면 고개를 가로젓기 일쑤였다. 수정을 해온 사람이 없지는 않았지만 좀처럼 한 편의 글이라고는 봐줄 수가 없었다. 심지어 나에게 글 쓰는 데 도와주지는 않고 지적만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까지 했다. 그렇게 되면 다시 왜 글을 자신이 먼저 쓰기 시작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했고 그 지점에서, 솔직히, 이 일에 대해서 약간의 회의가 밀려왔다. 내가 잘못한 것일까? 말을 하게 하고 내가 한 사람 한 사람 받아 적는 것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했을까? 다른 시설에서는 강사가 수업시간 내에 쓰기만 가르친다는데. 사실 이 시간대를 지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쓴 글이 꾸준히 내게 도착했다. 앉은뱅이 상 앞에서 다시 설명하고 대화하고 수정을 하게 했지만 민들레문학상은 개뿔! 나는 어쨌든 이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만들리라. 이게 내가 막바지에 다진 마음이었다. 마지막에 확인해 보니 22명 중 끝까지 쓰지 않은 사람은 3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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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령 - 폭설 외 1편
령 이용임 죽은 여자 효정은 수다스럽다 계곡에 새로 묻힌 처녀의 골반이 오목하여 물빛 꽃 군락이 자그럽다, 하다 훌쩍 치마를 걷고 창틀에 앉아 갸웃거린다 효정은 발목이 부러져 비 궂은 날 창을 두드렸던 것인데, 그날부터 령에 묻힌 자들의 소식을 전해 온다 절 닮아 실족한 청년의 가슴 위로 삭은 잎사귀를 덮어 주었노라, 하다 눈이 붉어져 사람 먹고 핀 꽃이 얼마나 실한지 모르지 나비들이 왜 이명을 앓는지 모르지 큰 나무에 둥지를 튼 새들은 눈멀어 캄캄한 밤에만 나는 것을, 노래를 부르다 돌아간다 효정은 마당에 고인 구름 그늘에 웅크려 앉아 제가 꺾은 꽃을 던져 점을 치며 목련에 업혔다가 무겁다고 던져버린 꼬마는 이름도 쓸 줄 몰라 찾는 사람이나 있을까…… "얘, 너는 늘 뜨거운 것을 훌훌- 차는 맛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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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감정사진
나는 희망이와 하루만이라도 재미있게 놀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을 해보았다. 벌컥 문이 열리고 엄마와 과외 선생님 모습이 보였다. 나는 화들짝 놀라 의자에서 스프링처럼 튕겨 일어났다. 그런 내 모습에 엄마가 못마땅한 눈길을 보냈다. 난 뭘 해도 안 된다. 그렇게 지루한 수학 과외를 했다. 희망이는 누구보다 아침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여자애들이 먼저 희망이를 앉혀 놓고 수다를 떨었다. 여자애들은 뭐가 그리 웃긴 지 까르륵 웃느라 바빴다. 그럴 때면 나도 여자애들 사이에서 같이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더 덜떨어진 놈 취급을 당할까 봐 그것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니까 넌 태사자 드라마 몰라?” 우리 반 드라마 덕후 예지가 눈을 빛내며 말하고 있었다. 여자애들이 그 드라마 너무나 재미있다며 어제 남주랑 여주랑 드디어 만났다고 난리 법석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