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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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6> "탈경계시대, 하지만 우리 마음 속 국경은... ..."
정도상 소설가 1960년 경남 함양 출생 전북대 독문과와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87년 단편 「십오방 이야기」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소설집으로 『친구는 멀리 갔어도』 『아메리카 드림』『시간의 상처』 『실상사』 『모란시장 여자』,장편소설로 『그대여 다시 만날 때까지』『그리고 내일이 있다』『날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열애』,『길 없는 산』『푸른 방』 『누망』 등이 있음2003년 단재상(문학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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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돌아보고 예감하다, 2012년의 문학
『로기완을 만났다』는 주인공을 행복하게 하면서 끝나지만 황석영 소설처럼 뜬금없게 마무리되진 않구요, 그렇다고 정도상 소설처럼 끔찍한 현실 속으로 인물을 몰아붙이지도 않습니다. 이 소설의 의의는 탈북자도 우리처럼 똑같은 모습을 지닌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 데 있지 않을까요. 로기완은 황석영의 주인공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그냥 우리처럼 자기 삶을 찾아 나가고 자기 삶의 목표를 이루어 가는 사람입니다. 또 황석영 소설 『바리데기』는 탈북자를 영국으로 떠나보내고 정도상 소설은 국내로 들여오는데, 사실 그 과정에서 탈북자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조해진 소설은 로기완을 외국으로 떠나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를 정치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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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겨울, 압록강
겨울, 압록강 정도상 집안(集安)에 가서 여자를 찾아야만 했다. 영하 25도의 아침이었다. 칠보산 호텔 주변을 산책하는데, 만주 봉천의 칼바람이 옷자락을 마구 헤집고 들어왔다. 귀는 떨어져 나갈 듯이 아팠고, 코끝은 빨갛게 얼어 따끔거렸다. 아직 행사가 끝나지 않은 것이 가시처럼 마음을 쿡쿡 찔렀다. 어제 밤, 단골 안마사인 미나한테 말만 꺼내지 않았어도 좋았을 걸. 언제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입이 먼저 방정을 떠는 것이 문제였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미나가 덜컥 같이 가겠다고 해버렸다. 아차 싶었지만 주워 담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키도 작고 몸매도 가녀린 미나는 집안이 고향인 조선족 처녀였다. 곧 미나가 호텔 앞으로 올 시간이었다. 서둘러 호텔로 돌아가 가방을 쌌다. 가방을 끌고 호텔을 나오자마자 후회가 칼바람처럼 밀려왔다. 그 여자의 전화번호는커녕 심지어는 주소도 모르고 있다는 게 영 찜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