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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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시린과 알코노스트
들고 나를 만났는데 그 안에는 두 마리의 새가 있었고 이름은 시린과 알코노스트라고 한다 그들은 설화에 나오는 새들로 기쁨과 슬픔을 상징한다고 했다 나는 담배를 떨며 에스파냐어로 새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생각하고 있다 새들이 사람처럼 생겨 무섭다 새 주인은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런 사람을 볼 때 느끼는 호승심 때문에 그를 사랑해 볼까도 했다 길거리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위조지폐를 나눠주는 거지가 있다 구원을 나눠준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그걸 짓밟고 있다 내 앞에 놓인 커피 위 재와 같은 눈이 살짝 내린다 거리에 있는 가게마다 불이 났으면 좋겠다 혹은 칼로 누군가를 찌르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면 좋겠다 그런 사건이 생기면 오랫동안 방관자로 있고 싶다 마치 산책을 나온 것처럼 바라보고 싶다 새 주인이 정권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나는 딴청을 피웠고 국제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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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양파와 수박의 이중주(二重奏)
아내가 다양한 지적 호기심과 색다른 풍경 등에 수시로 관심을 갖는 반면 나는 주위 환경이나 정세 등 변화에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 아내가 에두르는 은인자중 형인데 반해 나는 직설적이고 솔직담백한 편이다. 하여 어떤 결론을 내릴 때도 아내가 사실을 열거 취합하는 베이컨(Bacon, Francis)의 귀납법 쪽을 택하는데 반해 나는 명제를 전제로 하는 데카르트(Descartes, René)의 연역법을 선호한다. 한번 뒤틀린 앙금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둘도 없는 지기로 자존심 상한 일도 어렵잖게 터놓던 상대가 일순 적으로 돌변하여, 반목하며 서로의 가슴을 저미고 있는 중이다.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하루가 지났다. 두 사람의 안온한 공간이었던 집안은 냉기만 흐르는 절해고도가 된지 이미 오래다. 식탁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하면서도 눈짓 한 번 마주치지 않았고 먼저 말을 건넬 생각은 아예 세상 밖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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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명작에서 괴작까지 19] 잘 울기, 잘 헤어지기
예민한 동유럽 정세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고 정략결혼으로 평생 사랑을 알 기회가 없었던 이 중년의 왕자님은 원나잇스탠드가 오래된 습관이다. 솔직한 성격에다 권위에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마릴린 먼로는 깔깔깔 웃으며 어설픈 유혹을 거부하고, 대신 이 완고하고 메마른 왕자에게 진짜 사랑을 가르쳐주고 싶어한다. 두 사람은 계속 헤어진다. 네 번, 다섯 번 똑같은 이별 인사를 반복하는데 그 변주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처음엔 유혹에 실패한 왕자가 무희를 내쫓으려 하고, 뒤로 갈수록 두 사람의 감정이 발전하면서 애틋해진다. 종국에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재회를 기약하며 헤어져서 언뜻 해피엔딩인 것 같지만, 1957년의 관객들도 지금의 우리도 그 이후 곧 닥쳤을 전쟁을 알고 있다. 즐거운 듯 애잔한 독특한 영화였다. 흥행에 실패했다 해서 좋은 영화가 아닌 것은 아니다. 얼마 전 큰 마감을 하나 넘기고 스스로에게 상을 주기 위해 영화를 보기로 했는데, 그때 고른 영화가 <안녕, 헤이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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