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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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정세랑의 많은 사람들
정세랑의 많은 사람들 오은교 1. 들어가며: 정세랑의 가벼움 정세랑의 소설1)에는 의외로 재난이 잦다.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자연재해에서부터 이유가 너무 많은 안전사고까지, 그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재난 사건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이 '의외'인 이유는 그의 소설을 마주할 때 느끼는 독자들의 기대와 관련되어 있다. 정세랑의 독자들은 그가 그려내는 재난이 완전히 불가역적인 파국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재난은 있지만 그것이 완전한 재앙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세계, 시스템은 잦은 고장을 일으키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수리하기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세계, 그것이 정세랑의 세계이다. 재난이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 삶의 현장에서 제멋대로 뒤틀린 인간의 갖은 꼴들과 복잡하게 허술한 이 사회 시스템에 대한 환멸이 끝없이 밀려올 때, 정세랑을 읽는 것이 조금은 도움이 된다. 정세랑의 재난 소설들은 진지하고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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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공개인터뷰_나는 왜] 나는 왜 판타지에 끌리는가
정세랑 작가님의 경우에는 비유의 신선함도 물론이지만, 유머감각도 탁월하시잖아요. 정세랑 작가님의 유머는 악의가 없는 유머 같아요. 비유와 유머야말로 뛰어난 지성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머리가 좋으신가 봐요. ▶ 정 : 저희 엄마가 들으면 아마 반대하실 거예요. 제 새치를 보시고 “머리 나쁜 애가 머리 좋은 사람이 하는 일을 해서 그렇게 하얘지는 게 아니냐” 그러시거든요. 머리가 좋다기보다는, 무슨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이 소설 어디에 들어가겠구나 하고 포착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센서가 민감한 타입. 그게 제가 가진 유일한 재능인 것 같습니다. ▶ 김 : 그게 얼마나 대단한 재능인데요. 정말 부럽습니다. 그러면 정세랑 작가님께서는 문장을 한번 쓰면 그대로 쭉 가는 편인가요? 아니면 퇴고를 하면서 더 나은 표현을 찾아 끊임없이 문장을 다듬는 편인가요? ▶ 정 : 저는 초고는 쭉 쓰고 퇴고를 서너 번 하는데, 그때 한 문장을 두세 번씩 고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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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파릇빠릇 콘서트 리뷰] 참 예쁜 첫 단추
「보늬」 자체가 정세랑 소설가 본인의 광고회사 시절 경험을 실은 작품이어서인지 “작가 정세랑을 말하다”는 회사 동료였던 성혜현 씨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나오자마자 우선 “언니는 눈이 동그랗고 피부가 희다”며 정세랑 작가의 미모를 언급하시는 모습에 무릇 여자들의 우정이란 이런 것이지 하고 웃음 짓게 되더군요. 막연히 정세랑 소설가는 소설 속 화자랑 비슷할 것 같다고 지레짐작했는데, “작가와의 만남”에서 최민석 소설가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니 의외로 매우 귀엽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 같았어요. 깜짝 손님으로 함께해 준 의정부 부용고 3학년 학생들을 무대 위로 모셨을 때는 마침내 정세랑 소설가의 귀여움이 극에 달하여, 말하는 것만 듣고는 누가 여고생이고 누가 소설가인지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부용고 학생들이 똑똑하고 당차게 말을 잘해서이기도 했지만 말이에요 시작을 늦게 해도 끝은 일찍 맺어야 한다는 사회자 최민석 소설가의 신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