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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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음악
음악 —손병걸 시인께 정우신 듣습니다 다만 듣습니다 방법이 없어서 듣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숲 덩그러니 남은 나무처럼 듣습니다 팔짱을 끼면 끝이 없는 어둠의 길목에 놓입니다 보이는 것이 너무나 많아서 듣습니다 듣는 것만으로 듣는 자세를 바꾸는 계절을 봅니다 어둠의 뒤꿈치를 밟고 있는 얼음을 봅니다 나는 보는 사람들 속으로 흘러갑니다 나는 나와 팔짱을 끼고 눈을 감습니다 책상에 엎드려 나무의 꿈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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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호랑 산책
호랑 산책 정우신 흰 꽃잎 짙어지는 향기 하늘이 묽게 번지고 걸었습니다 까치 까치 개 짖는 소리 일요일 아침 병은 무늬처럼 가족을 끌고 다닙니다 강물에 빠진 빛이 입을 뻐끔거립니다 나뭇가지를 모으자 물을 갈아 주자 한 마리 더 키우자 걸었습니다 샤워하고 겨울 이불을 정리하고 강물을 덮고 빛은 물의 얼굴에 남은 슬픔을 마저 다 봅니다 누군가 불러도 나는 돌아서질 못하고 두 딸은 햇살의 긴 꼬리를 따라 미래로 뛰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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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생장
생장 — 머신 러닝 3 정우신 페인트가 벗겨진 지붕 풀이 자란다 축사를 지나 감나무가 있는 폐가를 지나 둑길을 따라 풀이 자란다 냇가는 시간을 물결로 바꾸는 중 얼굴을 건져 본다 엄마 엄마야? 엄마가 맞아? 엄마 어디 갔어? 어디야? 안 갈 거야? 나 좀 데리고 가…… 나 좀…… 작업복의 나프탈렌 냄새 너는 올해도 벌초를 하는구나 개가 짖고 고추가 말라 가고 새로운 무덤에 풀이 자란다 방금 전까지 밥을 지어먹었는데 중절모를 고쳐 쓰며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믐, 믐, 믐, 므음, 믐, 믐, 믐, 믐, 므음 얼음! 얼음! 양에게 먹이던 지푸라기를 토끼에게 주지 마라 바람이 죽었잖니 풀은 자랄까 내 위로? 아래로? 나보다 먼저? 아냐 아냐 막걸리를 한잔 더 마셔야 해 안으로 안으로 조금 더 깊숙한 곳에서…… 풀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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