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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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소설 김알렉산드라 中에서
● 낭독 : 정철훈 ● 출처 : 정철훈 장편소설 『소설 김알렉산드라』, 실천문학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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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막차
막차 정철훈 막차에서는 양계장 냄새가 난다 닭털이 눈발처럼 날리는 양계장 닭털이야 과장이지만 몇 안 되는 승객들의 눈꺼풀은 닭을 닮았다 하품은 전염병처럼 입천장에 들러붙고 온전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코끝이 빨갛게 취해서 비스듬히 기울거나 아예 목을 뒤로 젖힌 채 졸고 있다 앉은 자세로 보건대 삶은 온전한 질서가 아니다 아침에 보았던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빨려가 버린 느낌 빈 좌석에는 어떤 온기도 남아 있지 않다 남은 승객은 겨우 셋 차량기지로 들어간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문 쪽으로 가는데 뒤를 돌아보니 일어날 생각도 없이 앉아 있는 또 다른 내가 있다 제 깃털을 노란 부리로 콕콕 뽑고 있는 한 마리 닭 닭 모가지와 새벽에 관한 비유는 역사가 과장되어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차라리 닭털이 눈발처럼 날린다는 막차에 관한 비유가 더 정직하다 막차에 실려 가는 오늘의 마지막 신화는 사람이 닭처럼 양육되고 있다는 양계장식 비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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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누에의 꿈
누에의 꿈 정철훈 어느 날부터 나는 커피 향이 스멀거리는 마포의 옥외 커피점에 앉아 있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실내와 실외를 구분 짓는 그 어중간한 경계에는 아무 선도 없지만 내 몸이 그 선에 얹혀 있다는 게 커피 향과 더불어 자유를 떠올리게 한다 기차 레일을 밟고 한없이 걸어 보던 어린 날의 발자국들이 그 보이지 않는 선에서 저벅거리고 기차가 달려와 나를 냅다 치받아도 아무 생채기 없이 다시 살아나는 그런 선이다 그 선에 걸려 푸드득거리다가 겨우 빠져나온 저 허공의 새떼들이나 알까 그렇다고 안과 밖을 통합하자는 야욕이 있어서가 아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하나의 점으로서 오가는 행인들의 이동을 내 몸에 묶어 본다 그들의 슬픔과 기쁨, 만남과 헤어짐, 열정과 냉정 같은 것들 그러면 내 몸을 당기는 무한한 선들이 생겨나 나는 그 선을 당겼다 늦췄다, 묶었다 풀었다 하면서 하루 같지 않은 하루를 그냥 보내는 것이다 나는 그 무수한 선을 뽑는 한 마리 누에가 되어 꿈틀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