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5)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먼지 행성의 주민들
먼지 행성의 주민들 김언 우리는 혁명적인 모래사장을 가지고 태어났다 똥을 참아가며 그 연설을 듣는다 어디가 틀렸고 어디가 어색한지 맞춤법을 모르는 소년은 바닷물에 빠져서 허우적댄다 인파를 관리하는 관리는 두 번의 승진을 거친 후에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새끼고양이의 장래를 어루만지고 싶다 조금 더 고통스러운 설문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우리들의 낯뜨거운 태양 아래 숨죽이고 하품하는 먼지 속의 유권자 한 명이 살해당하고 돌아왔다 기상 캐스터는 태풍이 오는 것처럼 호들갑스럽다 보이지도 않는데 제주도 남쪽은 벌써 하얗다 머리까지 하얗다 눈썹에도 흰 눈이 내려 백두산을 다 보고 왔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믿으라는 눈치를 나만 모른다고 외면할 수 없는 겨울이다 여름이 다 갔다 사람이 바뀌었다고 우리가 지지하는 폭풍은 소멸하면서 긴 꼬리를 남기고 잠적하였다 나 여기 있다고 깨알 같은 군중심리를 이용하는 파도타기 응원 때문에 백사장의 낙오하는 먼지가 술렁거렸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4․3문학을 넘어 매직리얼리즘으로
현기영 : 이재무 시인이 나보고 ‘섬땅’, 제주도 이야기만 가지고 쓰지 말고 딴 얘기도 좀 써봐라 이야기하는데. 이재무 시인뿐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그래요. 물론 제주도 출신 독자들은 그렇지 않지만 육지에 있는 독자들은 제주도 이야기만 하는 것을 지겨워해요. 제주도를 떠나서 문학적으로 정신적으로 육지에 상륙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 육지 이야기, 도시 이야기, 하여튼 현대에서 인간의 삶의 모습도 그려보면 좋지 않으냐 해서 저도 많이 망설이곤 했습니다. 사람이 이데올로기면 이데올로기, 이런 것에 일생동안 하나에만 집착하고 산다면 좀 풍요롭지 않은 삶인 것 같아요. 작가가 여러 가지 인물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 내듯이 다양해야지요. 작가는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만족하지 않거든요. 여러 아이덴티티를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작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제주도에 국한된, 4.3작가로서의 얼굴만 갖고 있으면 아이덴티티가 하나잖아요.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무무에게」외 6편
무무에게 이교상 동박새 울음에는 물음표 하나 없다 허구한 날 어둠을 파랗게 삼켰으니 찬바람 스친 곳마다 산다화가 피고 어지러운 몸속엔 구렁이 너무 많아 가볍게 난다는 건 꿈같은 일이지만 제주도 곶자왈에서 나는 새가 된다 이중섭론 ―망월* 슬픔을 잘근 물고 보름달 떠올랐는데 망해버린 세상은 달빛 한 줌 품지 못해 오랜 날 앓아누운 병처럼 그리움이 아프다 * 이중섭의 그림. 코다* ―호미곶 노을 얼마나 내려놔야 아린 가슴 은은해질까? 가닿을 수 없어, 아무리 간절하게 마음 펼쳐 어루만져도 저 만리장천에 가닿을 수 없어··· 멀리서 그냥 바라봐야만 내 사랑이 되는 꽃 * 종결에서 주제를 강조해 의식을 고취하는 것.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