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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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새들은 북쪽 하늘에 밑줄을 긋고
새들은 북쪽 하늘에 밑줄을 긋고 조명희 스웨터에서 잔솔가지를 떼 준다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래 해 뜨는 것도 이곳에서 볼 수 있어? 으, 으응 자신 없는 대답처럼 해수면 위에서 해가 머뭇 해가 지는 걸 보러 온 사람들 송림 사이를 걷다 맥문동 꽃 진 자리 까만 열매를 본다 보라가 짙어 검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는데 백사장엔 아이들 때를 모르고 바짓가랑이 접는다 신발을 턴다 다시 바다의 끝을 향해 쓸려 간 모래가 다시 이 자리로 오기까지 숲에서 사람들이 걸어 나온다 긴 의자에 앉는다 어두워지는 하늘이 눈 밑으로 이렇게 하루가 가네 새들이 밑줄을 그으며 가는 북쪽 언저리가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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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일송정가든은 그때 그대로인데
일송정가든은 그때 그대로인데 조명희 이곳 와 본 집 같은데··· 기억해 내야 하는 것은 그때인지 그대인지 안티푸라민 냄새의 가죽나물 장아찌가 그때였다면 이 집 버섯은 저 너머 산에서 따온 거라 말하는 그대 누구랑 왔었어? 지금 내 앞의 사람은 그대만을 묻는다 좌식 테이블이 입식으로 바뀌었어도 마당 가 장승의 꼿꼿하던 허리가 굽었어도 저 너머는 그때 그대로인데 보이는 터널을 이쪽에선 이쪽대로 상촌터널이라 하고 저쪽에선 저쪽대로 황학터널이라 한다고 모두는 들어올 데와 나갈 데를 알고 쓰는데 누구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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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강묘희 미용실
XX 휴게실 조명희. 여자는 한숨을 쉬더니 창문을 잠시 열었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과 명찰을 건드렸다. 전 그냥 아무 버스 정류장에 내려 주세요. 편하실 대로요. 여자가 창문에 얼굴을 내밀며 머리끈을 풀었다. 펄럭거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외투의 모자 속에 움직이는 조형물처럼 가득 담겼다. 실은…… 애인 같은 거 없어요. 유명한 악플러란 애기도 뻥이에요. 사실 애인 비슷한 게 있긴 했는데 헤어진 건 아니고, 차인 건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 애는 주유소에, 전 스낵 코너에서 근무했었는데 싸우고 나서 그 애가 얼마 전에 일을 그만뒀거든요. 둘이 휴게실에 딸린 직원 기숙사에서 생활했었어요. 주중에는 휴게실 공원 뒤에서 같이 데이트도 했구요. 여자는 잠시 긴 한숨을 쉬더니 말을 멈추었다. 휴게실은 사람들이 쉬러 오는 곳이잖아요. 근데 전 그곳이 일터니까 하루 종일 서서 쉬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밖엔 없잖아요. 언니는 그게 어떤 기분인 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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