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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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1월 일기
1월 일기 조성래 1월 9일, 행복한 날들이 지나간다 1월 10일, 아니, 내가 직접 지나간다 거리의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직접 1월 12일, 2008년 교원동, 어머니 들어 오시지 않던 날, 나는 잠든 동생과 함 께 누워 두려움에 떨다가 문득 먼지 쌓 인 예수상의 가슴에서 초록색의 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1월 13일, 관상을 좀 배웠다는 시청자 가 라이브 방송에 출연한 나더러 도깨 비상이라고 했다 도깨비불의 인(燐)ㅡ 외롭고 슬픈 인간은 스스로라도 불빛을 만들어 낸다 1월 16일, 교회들의 첨탑이 피뢰침처럼 뾰족하다 벼락불과 지옥으로 떨어질 영 혼들 끌어모아 천국으로 갈 단 하나의 영혼을 마련하기 위해서일까 그 끄트머 리에 빛 하나 걸어 놓은 윤동주 1월 17일, 어머니가 쓰러졌다, 세상의 좌반구 마비에서 건너오는 천사들이 불 타는 강에 가로막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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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나의 갈색 골덴 점퍼
나의 갈색 골덴 점퍼 조성래 1 나의 갈색 골덴 점퍼는 햇살을 막아 주느라 고시원 창문에 1년 동안 걸려 있었습니다 밤일을 하고 돌아와 잠을 청할 때 얼굴로 들이치는 빛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나보다 커다란 등으로 해를 가려 주던 나의 갈색 골덴 점퍼 봄과 여름과 가을이 지나는 동안 그것은 커튼이었습니다 서울은 추웠고 서울은 밝았습니다 겨울에는 낙향을 결심하고서 나의 갈색 골덴 점퍼를 창틀에서 떼어 냈습니다 등 부분에 세로로 길게 색이 바랜 부분 있었습니다 어쩌면 나의 1년은 무색무취 강서구의 찬 공기와 같은 것이었을지 모릅니다만 옅은 레몬색의 그 무늬는 합정과 홍대 어느 구제 숍에서도 볼 수 없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것이었습니다 이후로 나의 갈색 골덴 점퍼는 나의 특별한 갈색 골덴 점퍼가 되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갈색과 골덴을 좋아하고 겨울이면 기다란 빛 하나 등에 지고서 길을 다닙니다 2 사 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친구가 있습니다 오랫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