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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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수긍의 색은 회색
수긍의 색은 회색 조우연 아직이요, 하는 수국을 피워 보려면 그나마 색부터 배워야 한다네요 철봉에 매달린 팔을 놓아 버리는 마음을 먹어 본 아이는 자주 울던 일이 덜한다죠 새는 죄책감을 알까요 밤에 듣는 새의 말은 노래라 해 둘까요 울음이라 해 둘까요 구름은 후회를 할까요 투명해서 건너의 무엇도 숨길 수 없는 비의 색이 구름의 마음일까요 무언가 젖어야 물의 색이 보이는 것처럼 오늘 밤 비가 와서 우리 마음은 색을 가졌습니다 어두워져서 가까워지는 향기가 있고 비 그친 그 밤에 우리는 미안한 마음이 들뜨죠 이제 수국의 향을 알게 됐는데 놓아 버렸나 봐요 정작 색은 알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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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바탕색 칠하기
바탕색 칠하기 조우연 상실의 시대에는 가로등도 라일락도 그와 그녀의 키스도 짙푸른 바탕색에 있었죠 누가 선뜻 노랑을 등지고 있었겠나요 바탕색은 그런 거죠 하늘색은 영영 구름의 바탕색이고요 가파른 골목을 걸어 올라가는 남자의 바탕에는 회색을 칠해 주죠 교실 아이들이 툭하면 바탕도 칠해야 해요, 묻는 데에는 별이 뜨겁게 빛날 일과 차갑게 빛날 일이 바탕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아는 탓이겠죠 내가 우는 걸 한참 보던 그녀가 던지길 바탕색을 고르는 건 너잖니, 그저 밤이 되어 하늘이 검은 거란다 그런 그녀도 나의 바탕색인 줄 알았어요 팔순이 다 되도록 내 멋대로 색칠을 해 왔네요 늦은 저녁 칙칙한 바탕을 끌고 돌아오던 그가 싫어서 그날은 빠삐용처럼 절벽 아래 나를 던져 볼까 줄무늬를 입은 나를 삼켜 버릴 듯 출렁거리는 바다가 나의 바탕 초록의 나무들을 바탕으로 검은 그늘이 눈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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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뱀과 개구리와 딸기와 밥」외 6편
뱀과 개구리와 딸기와 밥 조우연 채식주의자 뱀이 있었대요 개구리는 먹지 않았대요 뱀은 하루가 다르게 말라갔어요 보다 못한 개구리가 이거라도 먹어보라며 빨간 딸기를 따다 주었대요 그걸 먹고 기운을 차린 뱀은 개구리가 고마워서 올망졸망한 작은 물풀을 갖다주었고요 아, 나는 풀을 싫어해요 말은 그렇게 했어도 뱀의 마음이 상할까 봐 개구리는 그 조그만 물풀을 입에 묻히고 먹는 척을 했다나 봐요 ㅇ이 ㅎ의 모자를 빌려 썼더니 내 얼굴 다 타겠어 오이가 울고 있으니까 오이야, 내가 모자 빌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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