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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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한여름 밤의 결투
한여름 밤의 결투 조원희 무차별 폭격이다. 숨을 데도 없다. 따가움과 가려움도 견딜 수 없는 고문이다. 몸부림치다 벌떡 일어나 불을 켰다. 슬며시 화가 치밀어 오른다. 물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적군이 휩쓸고 간 마을처럼 참혹하다. 물린 자리가 볼록하게 부풀어 올라 울음보를 터뜨릴 것만 같다. 황급히 파리채를 집어 들었다. 모기나 벌레 해충을 잡기 위해 모기약 대신 파리채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 모기를 죽이는 약이 사람에게 좋을 리 없겠다는 건강 염려증이 불러온 결과다. 모기약을 쉭쉭 뿌려 버리면 간단할 것을 파리채로 모기를 잡으려고 앉아 있으면 탁상시계의 분침은 기척도 없이 시침을 밀어낸다. 모기는 게릴라 작전의 고수다. 불을 끄면 달려들어 물고, 불을 켜면 금세 내빼고 없다. 그중 간 큰 녀석은 불을 켰는데도 윙윙거리면서 내 얼굴을 공격하며 약을 올리기도 한다. 얼마나 잽싼지 종잡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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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코를 지켜라
코를 지켜라 조원희 하얀 탑이다. 줄줄이 끌려 나온 화장지가 휴지의 임무를 마치고 하룻밤 사이에 탑을 만들었다. 뼈대 없는 연체동물보다 더 흐물흐물하고 낙엽보다 맥없는 것도 모이면 대단한 뭔가를 도모할 줄 안다. 하얀 휴지가 쌓이고 쌓이더니 제법 단단한 탑이 되었다. 신기하여 바라보며 미소 짓다가 아뜩해짐을 느낀다. 미소 지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울을 본다. 좁은 이마가 시선에 잡히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그러자 조물주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어쩌자고 외모에 민감한 여인에게 이토록 좁은 이마를 주시어 고민에 빠지게 하는지. 시선이 눈으로 내려간다. 눈은 그다지 예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중간 크기에 그렇다고 밉게 보이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나의 소견이지만. 입도 나무랄 일이 아니다. 보조개가 눈을 찡긋한다. 별로 예쁘지도 않고 왼쪽 뺨 하단에 아무렇게 자리 잡긴 했지만 없는 것보다 나으니 그나마 감사하다. 시선이 코에게로 옮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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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어머니의 손
어머니의 손 조원희 승전보를 알리는 아군의 깃발 같다. 고통도 잊어버린 손가락 끝마다 허연 반창고가 붙었다. 물밀 듯이 밀려온 고난과 시련도 모성애의 힘으로 거뜬하게 물리친다. 적군의 성벽 위에 필사적으로 오르는 아군의 함성처럼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감동의 소용돌이. 곱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너무도 곱고 아름다운 손이다. 볼수록 민망하고 안쓰럽다. 크고 두툼한 손이 손가락마저 굵다. 손등과 손바닥 살결이 오랜 가뭄에 지친 논바닥처럼 갈라져 노송(老松)의 껍질이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랑을 만든 손가락 끝마다 피가 새어 나온다.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허연 반창고로 갈라져 피가 새어 나오는 손가락 끝을 대충 땜질하고는 생활 전선을 종횡무진 누빈다. 마치 허벅지에 박힌 화살을 부러뜨리고 비장한 각오로 적진으로 달려가는 용감한 장수를 보는 듯하다. 갈퀴 같은 손이 장사(壯士)의 힘을 지녔다. 열 개의 손가락이 소나무 뿌리같이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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