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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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벌거벗은 공주님
지혜 짱은 나를 보고 찡긋, 윙크했다. 나는 웃음으로 화답하지 못했다. 나는 이미 영혼과 육체의 분리 체험 중이었다. 갑자기 뱃속이 미식거려 얼굴은 이미 찌푸렸는데 하필 외출한 마음이 뒤늦게 웃기 시작하는 이율배반의 상황이 수 초에서 수 분간 지속된다. 원인은 미라 바이러스. 잘 죽지 않는데다 변이까지 재빨라 좀처럼 면역력이 생기지 않았다. “죄송해요. 손수건, 제가 빨아다 드릴게요.” 완패이다 못해 참패당한 와중에도 잽싸게 전리품을 챙기는 스킬. 지혜 짱이 한사코 괜찮다고 하는데도 미라는 결국 명품 손수건을 제 가방 안에 넣고야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혜 짱은 미라가 그저 귀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혜 짱은 스튜디오 사장이자 뉴욕 음대를 졸업한 삼십대 초반의 피아니스트. 고작 열아홉 살인, 고졸 출신의 쇼핑몰 모델 미라가 지혜 짱보다 뛰어난 게 있다면 피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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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책방곡곡] 수원 낯설여관(제2회)
지혜 : 다음이 마지막 모임이네요. 벌써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요. 그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고 반갑게 다시 만나요. 감사합니다. <참여자> 사회, 원고정리 / 지혜 책을 고르고 이웃을 만나고 환경을 생각하는 낯설여관 책방지기 참여자 / 다정 경험한 일로부터 관심이 무럭무럭 자란다. 좋아하는 것은 명확히 좋아하고 나머지는 궁금해 한다. 참여자 / 셔터맨 동네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얼굴을 뷰파인더로 들여다보듯 스스로를 정성껏 살피며 살고 싶습니다. 참여자 / 숑숑 읽기와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가끔 비관적이지만 자주 낙관적인 사람입니다. 참여자 / 한쑤 사람과 대화,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 주말마다 바쁘게 살고 있는 ESFJ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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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책방곡곡] 수원 낯설여관(제3회)
《문장 웹진》 책방곡곡 수원 낯설여관(제3회) 사회, 원고정리 : 지혜 참여자 : 다정, 셔터맨, 숑숑, 한쑤 책 : 장류진 『연수』(창비, 2023) 2023년 9월 6일 일요일 지혜 : 안녕하세요, 여러분. 잘 지내셨나요? 드디어 마지막 3회 차 모임이에요. 오늘은 장류진 작가님의 소설집 『연수』에 대해 이야기 나눌 건데요. 단편집이다 보니 소설 하나하나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아요. 한쑤 : 부담 없이 읽었어요. 전체적으로 작품이 너무 강하거나 무겁지 않고, 휙휙 책장을 넘기면서 웃기도 하고 공감도 하면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주 깔끔한 소설이었어요. 다정 : 저는 여행 갈 때마다 책을 한두 권 들고 가요. 바쁜 업무 마치고 휴가 떠날 때 어떤 책을 가져가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챙겼거든요.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이야기도 아니고, 가벼워서 그냥 흘러가는 내용도 아닌, 마음에 남기도 했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