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제13회] 반지/목걸이
[제13회] 반지/목걸이 강신주 여자가 장식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는 때문이다 씻은 무우 같다든가 뛰는 생선 같다든가 (진부한 말이지만) 그렇게 젊은 날은 젊음 하나만도 빛나는 장식이 아니었겠는가 때로 거리를 걷다보면 쇼우윈도우에 비치는 내 초라한 모습에 사뭇 놀란다 어디에 그 빛나는 장식들을 잃고 왔을까 이 피에로 같은 생활의 의상들은 무엇일까 안개 같은 피곤으로 문을 연다 피하듯 숨어 보는 거리의 꽃집 젊음은 거기에도 만발하여 있고 꽃은 그대로가 눈부신 장식이었다 꽃을 더듬는 내 흰 손이 물기 없이 마른 한 장의 낙엽처럼 쓸쓸해져 돌아와 몰래 진보라 고운 자수정 반지 하나 끼워 달래어 본다 ─ 홍윤숙, 「장식론1」 강연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낯익은 여성분이 만면에 웃음을 띠며 제게 걸어왔습니다. 사실 강의 도중 그녀가 계속 눈에 밟혔습니다. 분명 어디선가 보았던 분이기 때문입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커버스토리 2026년 5월호
레지던시 일기 구돌 토끼가 사는 섬 고혜원 익숙한 경로에서 벗어나기 임택수 빛의 카르토그라피 진보라 날마다 이방인 하가람 내가 만났던 서랍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날마다 이방인
[레지던시 일기-서울프린스호텔] 날마다 이방인 진보라 그날의 감각이 여전히 선명하다. 서울의 한파가 절정에 달해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던 날, 따뜻한 부산에서는 볼 수 없는 함박눈이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배정받은 방의 문 앞에 내 이름이 적힌 ‘소설가의 방’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본래 호텔 객실이란 철저히 익명의 장소다. 하루, 혹은 며칠 단위로 주인이 바뀌며 앞선 이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내는 것이 그곳의 가장 큰 책무일 것이다. 누군가의 존재를 증명하는 표식을 남기지 않는 것, 그것이 호텔이라는 공간이 지닌 엄격한 불문율일 테고. 그 견고한 익명의 공간이 기꺼이 나를 제 일부로 받아들여 주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나를 위한 소설가의 방은 마치 이 공간이 아주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려왔다는 정중한 방증 같았다. 집이 있는 부산을 떠나 이토록 긴 시간 서울의 심장부에 거처를 둔 것은 내 생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