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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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언덕의 모양」 외 6편
작가소개 / 차유오 2020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dbdh1803@naver.com 《아르코문학창작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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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단순하고 복잡한 형태의 세계
단순하고 복잡한 형태의 세계 차유오 레고에게 힘을 준다 서로 붙잡고 있어야 무너지지 않는 그건 단단한 형태의 사랑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사람은 손을 잡아도 하나의 손이 될 수 없는데 함께한 적 없는 것처럼 잘못 끼운 레고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된 건지 처음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다고 말한다 레고를 무너트리면 쌓아 올린 마음까지 무너져 버리고 떨어진 레고를 하나씩 집는 아이 어떻게 해보겠다는 듯이 무너트리고 쌓는 일을 반복하면서 무너지는 것에 익숙해지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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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하우스 플리퍼
하우스 플리퍼 차유오 귀신이 사는 집은 낮은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더는 귀신이 무섭지 않다 오래된 가구들을 버리자 빈 곳에는 우울함이 내려앉고 우울함은 감점 요인이다 열리지 않는 문은 열리지 않는 상태로 두었으면 좋겠다 열쇠 같은 건 재미없으니까 혼자서 외로움을 치료하던 귀신을 쫓아낸다 바닥을 돌아다니던 바퀴벌레는 청소기에게 잡아먹히고 차례로 돌아가는 바퀴벌레는 죽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갈 뿐이다 더러워진 벽지를 페인트로 칠한다 슬리피 블루라는 색을 졸린 우울함이라고 읽고 싶다 깨끗한 집은 외로움을 모르고 집의 구매자는 집이 깨끗해졌다고 믿는다 깨끗해진 집은 두 배의 가격으로 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