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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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교군의 맛」은 독(毒)이다
[내가읽은 올해의 책] 「교군의 맛」은 독(毒)이다 ─ 명지현 장편소설 『교군의 맛』을 읽고 채현선 소설 「교군의 맛」은 독(毒)이다. 은밀하고 강하며 치명적이다. 모든 치명적인 것은 이면의 속성을 포함한다. 위험하면 위험한 만큼 빠져드는 매혹, 설명할 수 없는 그 매혹의 늪을 건너며 경험하게 되는 긴장과 카타르시스라는 달콤한 세계, 이것이 바로 교군의 맛이다. 교군의 주인인 이 여사(덕은)의 음식들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죽이기도 하는 양가적 속성을 가진다. 검은 입술과 검은 혀로 풀어내는 매운맛의 레시피는 곧 우리가 살아가는, 끝내 살아내야 하는 삶의 과정과 닮아 있다. 교군의 맛을 맛본 사람들은 요리에 스며든 매운맛 속에서 하나같이 희로애락의 세계와 맞닥뜨린다. 웃거나 눈물을 흘리다 종국엔 카타르시스 지점에 도달해 무장해제 되는 결말을 맞는다. 그것은 바로 삶의 레시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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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뼈의 풍경
작가소개 / 채현선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아칸소스테가」로 등단. 창작소설집 『마리 오 정원』, 장편 『207mile』, 테마소설집 『1995』와 『시린 발』 이 있다. 《문장웹진 2018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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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3월소설_몸] 마쉬
[3월 단편소설_몸] 마쉬 채현선 모니터 앞에 멍청하게 앉아 있는 날들이 몇 달 동안 이어졌다. 세상의 모든 절망을 한 데 모아 푸딩을 만들고 그걸 한 입씩 떠먹는 기분이었다. 가슴에 무언가가 꽉 들어차 있어서 숨을 쉬기 힘들었다. 크게, 크게 들이켜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마쉬는 변했다. 그렇다. 갓난아기처럼 투실투실해져서는, 숨을 씨근씨근 몰아쉬곤 한다. 그러면 코끝에서 미세한 빛 알갱이들이 부서져 내렸다. 잘 여문 과일 같은 뺨으로 쿡쿡, 자주 웃었다. 그럴 때마다 얼굴에 물결 같은 게 자잘하게 일었다. 눈도 코도 입도 없는 얼굴이었던 마쉬의 몸은 사람처럼, 이제 완전하고 완강한 사람처럼 보였다. “누가 마쉬인 너를 불렀는가.” 나는 굳은 입으로 어둠 속에 누워 마쉬에게 묻곤 했다. 그러면 마쉬는 자기 자신이 이유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수많은 것들 중 하나라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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