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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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허둥지둥 엉덩이
허둥지둥 엉덩이 최민우 꿈에서 죽을 위기에 처할 때 눈이 번쩍 뜨인다 고양이가 기분 좋다고 오른쪽 명치를 눌러대고 있어서 슬기는 일어나면 기지개를 켜고 물을 몇 모금 마시고 전날에 남겨 둔 사료를 마저 먹고 해가 드는 낮 2시쯤 베란다에 앉아 창가를 내다본다 고양이가 나를 몰아내고 나를 대신해 살아가고 있다는 의혹이 들 때 지난 일기에서 이상한 메모를 발견했다 나는 캣파워를 들으면서 축제를 준비했다 얼마 전에 산 캣타워에서 슬기가 영춘권을 연습한다 고양이과의 특징은 급소를 노리는 것 넌 어쩜 그렇게 자극적이야 나도 허둥지둥 엉덩이 갖고 살 수 있다면 좋겠다 뭔가를 차곡차곡 정리할 때만 맘이 편하다 그러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지칠 때까지 샌드백을 치고 싶었다 타이머가 끝난 걸 알면서도 숨이 차오를 때까지 두들기다가 야옹 울어 버리는 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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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Do You Remember?
* 최민우 파티 룸에 모인 친구들을 보다가 모두 흩어지고 나 혼자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네가 보고 싶어 너랑 있으면 그런 불안은 안 생겨서 우리는 만나는 날마다 서로의 피곤을 걱정한다 너와 함께 갔던 아늑한 조명의 카페들은 임대료가 올라 어느새 문을 닫았어 맛난 커피에 보늬밤 먹고 싶어 다음 주에 이 영화 보고 싶어 현대음률 또 언제 가지 엄마에게 배운 돌려 말하기로 너에게 혼잣말했어 너의 습관은 독특한 폰트 발견과 인테리어 사진 찍기 같이 고른 빈티지 체크 재킷과 네가 리폼한 청바지 향수도 뿌리지 않으니까 그날 마신 커피가 너의 향기 내가 맛난 거 먹고 싶다고 혼잣말하면 볶음밥에 양배추 넣으니 맛있다고 답하는 게 좋아 산다는 것 자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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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레오파드
작가소개 / 최민우(소설가) - 2012년 계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문장웹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