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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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폭염
폭염 최지은 약속은 잊은 채 거실에 누워 있는 일요일 오후 거북이 한 마리 발목을 스치고 검은 머리칼 사이로 숨어든다 가끔씩 새우가 튀어 오르기도 하는 여름날의 투명한 꽃병 반만 열린 창밖에서 하얀 올빼미 떼 하염없이 날아들 때 내 머릿속 가득 짖어대는 내가 잃어버린 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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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칠월, 어느 아침
칠월, 어느 아침 최지은 어머니는 곁에 누워 나를 재웁니다 아이를 달래듯 뜨거운 이마를 한 번씩 짚어 주며 너를 가졌을 때 이야기야 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겨울 숲의 자두 직박구리가 찌르고 달아난 자리로 단내가 풍기고 살짝 침이 고이기도 하는 이야기 어머니의 이야기는 열을 내려 줍니다 이내 나는 자두 꿈을 꾸며 더 깊은 잠에 빠지고 어머니의 벌어진 앞니 사이로 직박구리. 흰 눈. 붉은 자두. 나의 여름이 시작되는 곳 얼마 지나지 않아 부엌에선 통조림 뚜껑을 따는 소리가 들려오고 늦은 저녁을 하고 있는 어머니의 뒷모습 문득 내가 세 살이 되던 해 어머니는 다른 사랑을 찾아 집을 떠났는데 저녁을 하고 있는 어머니는 누굴까 생각하는 사이 또 한 번, 통조림 뚜껑이 열리는 소리 붉고 통통한 강낭콩이 우르르 쏟아집니다 하얀 식탁보. 투명한 유리 화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