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2)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러닝머신
러닝머신 최현우 뛰고 있다 거리를 접어 앞쪽과 뒤쪽이 반복되는 이곳에서 뛰고 있다 나와 나 사이의 길이만 늘어져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쫓아오는 바람을 괴물의 입김으로 키워 둔 채 뛰고 있다 근육이 두꺼워진다 폐활량이 늘어난다 착각이 튼튼해진다 뛰고 있다 그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돌았지만 지구가 별인지 별이 아닌지 아직도 알 수 없다 뛰고 있다 탈주를 모방하면서 금방이라도 이륙할 것처럼 뛰고 있다 출발과 도착에 점 하나뿐인 달리기 목숨은 이미 다 뛰었다 제 속을 내내 관망하며 수직으로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죽
죽 최현우 아플 땐 먹어야 한다 그릇 속으로 나무숟가락을 저어 가며 지나가는 것들이 지나가고 지나가지 않았다는 듯이 달라붙을 때까지 숟가락으로 글씨를 적듯 아니, 기어코 표정이 될 때까지 기억은 병이 아니다 시간에는 환부가 없다 매콤소고기죽과 모듬야채죽 사이에서 하나를 먹으며 다른 하나의 맛이 궁금할 때 내일 또 먹어야 할 텐데, 내일, 또 내일 피식 웃는 순간이 아픔의 점성이다 일상의 농도다 입술을 닫아라 세상에는 질병이 창궐하였고 전염하였다 습도 높은 인간 냄새와 그보다 지독한 사람의 말과 꿈과 희망과 모두의 사랑 자존심과 함께 매일 밤 침대에 눕혀 놓고 집을 나선다면 스르르 지운다면 죽은 하필 죽이어서 씹을 것도 없이 살겠지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숨겨진 보물 같은 책이야기]그런데 당신, 그거 당신 맞나요?
최현우(시인) 1989년 서울 출생. 201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글틴 웹진 9월호》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