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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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놀이터 학교」외 6편
풀 수 있는 매듭도 풀리지 않게 하는 매듭도 네 손 안에 있어 조금만 용기 내 봐 한번 시작해 봐 보름달 밤하늘에 커다란 달고나 하나 우산 모양 찍을까 하트 모양 찍을까 세모 모양 찍을까 고민하다 깨어질까 그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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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카메라
어제 저녁 실패한 수십 장의 내 사진들을 떠올리고, 성공한 두 장의 내 사진들을 떠올리고, 조금 전 형의 휴대폰 앨범 속에서 본 사진들을 떠올리자, 어쩐 일인지 혐오감 섞인 신경질이 났다. 찰칵. 형은 잔뜩 인상을 쓴 사진 속 나를 보더니 씩 웃었다. 내 사진을 보고 나도 웃었다. 형이 환한 얼굴로 저장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기똥차게 찍힜다.” 《문장웹진 2월호》 수상소감 / 성민규 불안과 공허 속에서 시도때도 없이 가슴이 주저앉던 날들이었습니다. 기대를 걸었던, 용기 냈던 수많은 것들로부터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갖가지로 외면 받던 한 해였습니다. 돌아보면 좋은 발판이 될 한 해일 거라, 꺾일 때마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새해부터는 그만 발판이기를 바랐습니다. 거창한 도약을 바란 것은 아닙니다. 소소한 행복, 그만큼만 바랐습니다. 비록 선택한 고립이지만, 누군가의 일상이 저의 판타지였습니다. 정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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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버디
한패니까 그런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한패가 아닌 우리는 눈앞이 하얘질 정도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빌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물속에서 아저씨와 나는 한패, 버디다. 빌딩에 도착하자마자 혜미가 부탁한 물건을 검은 봉지에 싸서 주었다. 혜미는 부탁할 때처럼 받을 때도 쑥스러워하는 얼굴로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아쿠아밴드를 꺼냈다. 옆 건물에 약국이 있어서 비상약으로 쓸 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챙겨 왔다. 옥주 아줌마가 그저께부터 당부했던 감기약과 지유 이모가 소심한 목소리로 부탁했던 모기 기피제, 그리고 민규 형의 식염수도. 루나한테 할퀸 혜미의 손등 상처는 제법 깊었다. 나는 혜미의 손목을 잡은 뒤, 무릎에 올려놓고 밴드를 붙여 주었다. 혜미가 손으로 밴드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물속은 어떤 곳이야?” 내가 과거에 다이빙했던 곳을 말하는지 오늘 다녀온 물속 도시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창문 너머로 빌딩 절반이 잘려 나간 도시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