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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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서러운 힘
서러운 힘 한영옥 고립무원, 하늘 얕은 날 초가삼간 방 한 칸에서 끈적이는 장마 기운 떨치려 고추장찌개 칼칼하게 끓여 밥 한 술 겨우 뜨는데 호박 건져 먹다가 감자 건져 먹는데 갑자기 혀끝에서 설컹거리는, 아릿한 당신 이 험한 곳까지 들르실 리 없다고 머리칼도 입성도 후줄근한 채로 이 산봉우리 저 산봉우리만 보다가 장대비 속으로 스며 오신 당신 냄새 겨자씨만큼 맡으니, 서러운 힘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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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능욕
능욕 한영옥 초현실주의자의 그림을 본 것은 실수 마그리뜨의 ‘능욕’을 본 것은 더욱 큰 실수 두 개의 유방은 멀끔한 두 눈동자였으니 한 배꼽은 벌름거리다 잦아든 한 콧구멍이었으니 그리고 그 다음은, 물론 그 다음도 있다 ‘능욕’덕분에 지금까지 버텨 놓은 체계가 거세게 능욕 당하는 중이다 여기저기서 벽돌이 빠져 나간다 다정했던 그 눈길은 쨍한 눈 흘김 부드럽던 그 목소린 된 욕지거리 그리고 그 다음은, 물론 그 다음도 있다 그래, 능욕당한 걸 알았다 여기저기 튀는 벽돌에 얻어터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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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이러했다
이러했다 한영옥 자정 넘긴 3시쯤, 열어 두었던 창으로 날카로운 서슬 한 줄기 뻗쳐 와 몸 뒤적거리다 찌지직 방전된다 가슴을 쏘아대며 피어오르는 화염 느닷없이 쏘아대는 이 바깥의 이와 같이 스며 왔던 바깥들의 오리무중 출처를 헤아리다가 이건 또 어떤 맛의 배반일 것인가 달팽이처럼 옹크리고 쥐어 짜내다가 어렵게 자정을 넘긴 3시쯤의 분별은 도무지 명료할 수 없다고 중얼대는 사이 냉랭한 불꽃다발 후다닥 튀어 나가더니 쓰르람, 쓰르람 겨우 잡담으로 시들어 간다 오늘부터 푸름, 한풀 꺾겠다는 것이다 스스로 한풀 꺾겠다는 것들, 이러했다 여름 끝 날의 얄궂은 배반 후려치자니 온몸이 후줄근, 식은땀으로 눅진하다 창 닫아야 할, 또 자폐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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