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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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신년 기획좌담 1차 〈책장 업고 튀어〉
한영원 작가 첫 시집 『코다크롬』 을 펴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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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인간적 빵
인간적 빵* 한영원 빵이 운다 빵은 울어서 상해 가고 있다 넌 지금 내 영혼을 고약하게 취급하고 있어 그래 이 빵은 현학적이다 나는 아랑곳 않고 빵을 먹는다 빵은 사람처럼 아주 크기에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다 그냥 푹 패었다 내가 먹은 만큼 그만큼이 없다 이 빵은 피학적인 면이 있어서 나를 쉽게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더 심하게 빵을 파먹는다 빵은 나를 더 사랑하게 된다 나는 더 심하게 빵에게 군다 빵은 나를 더 사랑한다 빵은 푹 파인 인간처럼 보인다 그만큼이 없는 인간처럼 보인다 빵에게 내가 말하노니 빵이여 나를 사랑하지 마 나는 네게 심하게 대할 뿐이다 빵은 내가 자신을 먹을 때마다 자신의 영혼이 파괴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잊어버린다고 한다 더 정확히는 내가 자신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먹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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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시린과 알코노스트
시린과 알코노스트 한영원 어쨌거나 종로에서 만난 그 사람은 좀 묘하다 새장을 들고 나를 만났는데 그 안에는 두 마리의 새가 있었고 이름은 시린과 알코노스트라고 한다 그들은 설화에 나오는 새들로 기쁨과 슬픔을 상징한다고 했다 나는 담배를 떨며 에스파냐어로 새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생각하고 있다 새들이 사람처럼 생겨 무섭다 새 주인은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런 사람을 볼 때 느끼는 호승심 때문에 그를 사랑해 볼까도 했다 길거리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위조지폐를 나눠주는 거지가 있다 구원을 나눠준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그걸 짓밟고 있다 내 앞에 놓인 커피 위 재와 같은 눈이 살짝 내린다 거리에 있는 가게마다 불이 났으면 좋겠다 혹은 칼로 누군가를 찌르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면 좋겠다 그런 사건이 생기면 오랫동안 방관자로 있고 싶다 마치 산책을 나온 것처럼 바라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