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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온 이야기 한준석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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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분홍색 서랍장
분홍색 서랍장 한준석 소년의 서랍에는 마개가 없는 물병이 굴러다닌다 사랑하는 해양동물 백과사전 속 이름들을 소년은 하나, 둘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눈먼 기린, 속눈썹이 긴 외국인, 멀리 사는 그녀 비스듬해서 서랍장의 서랍은 혼자서 가끔 열린다 찰랑, 구르는 물병의 남은 물기가 서랍의 안쪽을 느리게 적신다 물 자국을 견딜 수 있었나 서랍장은 고장 나기 쉬운 입안이다 서랍장은 기울어져 있다 수평을 위해 모서리에 두 번 구겨졌던 해양동물 백과사전의 찢겨진 페이지들 서랍장 밑 깊숙이 사라진 그 페이지들은 아가미가 없다 둘, 셋 그런 종種들은 소년의 맨발로 잡을 수 있나 새카맣게 먼지 묻은 찢어진 양말 바다에 가라앉는 잠수부의 부서지는 호흡 별 모양 형광 스티커의 흐려진 빛 이런 기척들이 남아 어제와 자주 섞인다 제자리에서 종아리가 붓는다 소년은 긴 손가락으로 서랍장 밑을 뒤적인다 둥글게 뭉쳐 있는 새떼들이 손끝에 가볍게 묻어 나온다 끔찍한 운명을 피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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