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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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를 통해서 본 ‘사회적 억압’의 의미
라고 대들고, 아내는 “자시고 싶어서 잡수신 건 아니지요”라며 얼버무립니다. 이어 남편에게 술을 권하는 것이 남편의 ‘화증’과 남편처럼 배운 ‘하이칼라’라고도 합니다. 그러자 남편은 ‘조선 사회’가 자신에게 술을 권한다고 말하지요. 하지만 ‘공부’나 ‘사회’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내로서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남편은 무식한 아내를 답답해하며 다시 집을 나가버리지요. 그러자 아내는 절망적인 어조로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라고 탄식하면서 소설이 끝납니다. 현진건의 비슷한 성격의 다른 작품인 「빈처」가 1인칭 주인공을 중심으로 지식인의 고뇌를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과는 달리, 「술 권하는 사회」는 아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말하자면 배우지 못한 아내가 관찰자가 되어 지식인인 남편을 이야기하는 형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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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연속좌담 '창작, 노동' 3차 〈문학 강연 시장〉
제 소설이나 책이 주제인 작가와의 만남 같은 건 하겠는데, 강연이라는 건 제가 쓴 소설 외 주제일 수도 있잖아요. 다른 주제 공부하기도 귀찮아서 거절하는 편이에요. 이현진 : 오한기 작가님께는 부탁을 못 드리겠네요. (웃음) 김수희 : 아무래도 근무하는 곳이 도서관이다 보니까 도서관 입장에서, 사서 입장에서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작가와의 만남 진행 전에 사전 조사를 해요. 어린이, 청소년, 성인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해서 선정된 작가님들 대상으로 섭외 진행 후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해요. 올해 동대문구 북페스티벌에 아동문학 작가님을 섭외했어요. 아이들이 정말 구름떼처럼 와서. (웃음) 정말 작가님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이돌을 보는 것같이, 이렇게 계속 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부모님을 바라보며 나 여기 앉고 싶다, 등등의 이야기가 들리더라구요. 작가와의 만남 종료 후 사인회 마무리를 아이들이 끝까지 함께했어요. 행사의 성공은 참 기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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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프렌치프레스
경계를 확인해 주고 실팍하게나마 마음을 밝혀 주는 건 여지없이 센서 가로등뿐이었다, 현진은 유민이 1시간 늦게 마친다고 하자 자기 퇴근 시간과 얼추 맞아떨어졌다고 환영했지만―유민은 수목원 입구 벤치에서 스마트폰을 하염없이 들여다보며 자주 현진을 기다려야 했다―그녀는 한 시간 더 서 있어야 하는 다리의 통증이 묵직하게 당겨 왔다. 군청에 근무하는 현진은 그녀의 퇴근 카풀 친구였다. 그들은 대개 서울로 진입할 때까지 하루의 가십거리들을 몽땅 꺼내 재잘거리다 도로 위에 탈탈 털어버렸다. 스트레스는 그렇게 가볍게 날려 보내는 거였다. 내일의 가십거리는 또 생길 테니까. 에스프레소 머신을 맡은 맥스가 필터의 찌꺼기를 손으로 탁탁 털어내는데도 한 번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최근 손목터널증후군에 시달린다며 손목이 싸하다 못해 이제 시리다고 말했다. 유민도 S 매장에 있을 때 겪어 보았기에 그가 엄살을 부린 말이 아니란 걸 모르지 않았다. “손의 각도를 수평으로 잡아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