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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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통영에서의 통곡
통영에서의 통곡 -숙부 몰(歿)하다 홍성식 설운 삯일꾼 되려 오르던 서울길 그 길 되짚어 숙부의 죽음 만나러 간다 십년 타관 객지밥에 위와 간이 일찌감치 작살난 서른 넷 애옥살이 숙부살림 지켜본 통영바다는 늙지도 않고 젖몽우리 아픈 여고생 희롱하던 열여덟 벌건 호기만 세월 앞에 혀를 빼물었는데 한 점 먼지, 혹은 한 조각 바람 되어 제 온 곳으로 돌아가는 그날, 숙부의 죽음은 아프지 않았고 살아내야 할 내 나날들만이 통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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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누이 하나 가지고 싶었다
누이 하나 가지고 싶었다 홍성식 어깨 둥글고 턱선 고운 누이 하나 가지고 싶었다 멀건 멸치국물 국수 보며도 제 허기보다 버짐 핀 사내동생 먼저 떠올리는 물 낡은 나일론치마 단발머리 계집 야물고 새침한 눈매 앙다문 빨간 입술로 읍내 건달 휘파람 잠재우던 서슬 푸른 치마, 바로 그 치마 걷어 올려 김 오르는 가래떡 같은 종아리로 동짓달 찬 내 건너며 업힌 코흘리개 달래는 나눗셈 서툰 열일곱 파락호 아버지 술주정에 열두 살 많은 새어머니 박대, 노망 난 조모 요강 수발에도 달랑대는 막내 고추만 보면 웃었으나 지난겨울 초경 속곳 빨면서는 기어이 흑흑대던 어깨 둥글고 턱선 고운 누이 하나 가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