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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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중섭을 만나다 외 1편
중섭을 만나다 손세실리아 이중섭을 만났다 흰자위 뒤집히고 상기된 사람 얼굴에 주요 부위를 거친 붓으로 표시한 황소 몸뚱이지만 한눈에 알아봤다 생전엔 괄시하던 자들이 반세기도 지나기도 전 돌변해 현대미술사의 걸작 운운해 가며 살점과 뼈는 물론이고 터럭 한 가닥까지 바르고 잘라 팔아먹고 그것만으론 성에 차지 않는지 숫제 대놓고 가난과 이별과 행려병자로 처리될 뻔한 최후까지 호당 값에 얹어 부풀리자 골이 난 거다 돌진해 들이받고 싶은 거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으로 뽑힌 흰 소만 해도 수십억을 호가하고 하다못해 곁다리로 등장하는 까마귀와 게와 복숭아도 수천일 텐데 정작 중섭 수중엔 그때나 지금이나 화구와 아내의 폐결핵약과 아이에게 약속한 세발자전거를 살 단돈 몇 만 원 현해탄을 건널 여비 기십만 원이 없으니 왜 아니겠나 화가의 비운까지 환대하는 미친 세상을 향해 빅엿을 날린 소듕섭 *에서 중섭이 소 울음 토하며 달려 나왔다 * 홍성담의 그림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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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눈 내리던 어느 날, 경계에서 만나다
나는 이수정, 한서웅, 김가영, 홍성민 친구와 함께 조 이름도 정하고 서로 소개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북카페 사장님이 되고 싶다는 이수정 친구의 최애 작가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고전을 즐겨 읽는 한서웅 친구의 최애 작품은 칸을 빽빽이 채울 정도로 많았다. 홍성민 친구는 춘천에서 온 김가영 친구에게 참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라는 첫인상 평을 남겼다. 그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조 이름을 정하며, 작가나 문학작품에서 따온 멋들어진 이름이 나오겠지 하고 고대했는데 웬걸, 우리 조는 '타조', 다른 조들은 C조새, 불사조, 퀸조, 다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름들이 붙었다. 오리엔테이션으로 서로의 얼굴을 익힌 후, 저녁을 먹고 나서 박찬세, 신철규 시인과 함께 '심심하지 않은 심야낭독회' 시간을 가졌다. 두 시인의 낭독과 함께 글틴 캠프 참여 학생들이 미리 준비한 질문지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낭독회는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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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스슥 스스슥” : 김소형, 『ㅅㅜㅍ』
그리고 버려진 성당에 종이 울린다 - 시인의 말 작가소개 / 홍성희 문학평론가. 202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비평을 발표하기 시작. 《문장웹진 2020년 0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