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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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문학신간리뷰] 부정의 시쓰기, 부재하는 공동체
앞서 황인찬의 시에서 목소리를 내는 주체는 홀로 고립된 세계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이며, 전언의 수신인은 부재하는 누군가라고 언급하였다. 시집의 표제작 「희지의 세계」에는 양들을 기르며 자족적인 생활을 하는 희지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분명 그의 곁에는 양들과 목양견 미주가 함께한다. 그러나 시에는 “이것이 희지의 세계다/ 희지는 혼자 산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이처럼 황인찬의 시에 등장하는 초점 인물이나 목소리를 내는 주체는 특정한 개인과 접합되어 있지 않고 고립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그의 목소리가 향하는 곳은 구체적인 개인이 아니라 특정되지 않은 그 누군가가 된다. 그 누군가는 시의 주체와는 어떠한 공통점이나 우정의 흔적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없는 자리에 있다. 황인찬의 시가 그려내는 담화의 수신인은 모르는 사람이다. 담화 내에서는 부재하는 인물, 그러나 부재함으로써 담화 안으로 호출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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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특집좌담]기적을 엿보다(시부문)
즉, 황인찬 시인이 이수명 시인으로부터 배운 무엇을 가지고 자기 목소리를 입혔다는 생각입니다. 유(有)에서 유(有)를 만들어 낸 것이죠. 특히 황인찬 시인은 이수명 시인의 두 번째 시집『붉은 담장의 커브』로부터 어떤 가능성을 확장시켜낸다고 생각되며 비평가의 눈에도 그런 것이 보인다는 말입니다. 대상을 무자비하게 포섭하는 것이 아니라 말의 분배와 조절, 배치를 통해서 대상의 있음을 보존해내는 동시에 형용사 하나만큼의 자기 것의 주관성을 부여하는 것이죠. “엄숙주의에서 해방된 세대의 가능성” ▶ 나 : 황인찬, 박준 시인의 시집이 첫 시집으로서 완성도와 개성을 갖추었다는 것에는 저도 동의를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두 시집의 성취는 시의 전통을 수용하고 현대적으로 변용해 내는 솜씨와 감각에 힘입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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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좌담] 우리 시대 젊은 시인으로 산다는 것
황인찬 시인은 그게 되는 것 같아서 정말 부러워요. 그걸 감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말 같고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공부가 부족하다는 말도 말이 안 될 것 같고, 재능과 감각과 노력이 함께 어우러진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서는 황인찬 시인에게서 배우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 준 - 황인찬 시인이 제 시 이야기를 하면서 한 이야기인데요. 저도 마찬가지로 유독 황인찬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놀랄 때가 많았어요. 시 한 편을 다 읽은 후에 다시 첫 행으로 가서 읽다 보면 방금 읽은 시임에도 불구하고 상상도 못한 문장들이 이어지더라고요. 낯선 문장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시가 끝나는 것을 보고 ‘나랑 시를 쓰는 메커니즘이 전혀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을 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