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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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시쳇말: 문학이란 레퀴엠
“터진목 팽목 / 젖은 명단 속/ 글썽이던 이름”(「회복기-연고」)이 “먼 곳에서 어느 먼 시간으로 / 잠시 서글픈 곁이 되려고”(「스윙바이」)하는 움직임이 함께 할 때, 애도는 정서가 아닌 정동이 될 수 있다. 레퀴엠은 오랫동안 누군가의 뒤에 살아 있던 자를 다시 새겨 보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것이 꼭 슬픔이란 이름으로 적히지 않더라도 어떠한 존재가 아직 남아 있음을 알게 하는 재인의 과정에서 타자를 위한 시간은 잊히지 않고 다시 회복될 수 있다. 이렇듯 기록되지 않은 타자에게 남겨진 시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아직 남아 있음을 미리 알고 기억하려는 시도에 있다. 이러한 예기적 이행이 남겨진 자들과 떠나간 자들을 연결하는 유의미한 움직임이 된다. 겪었던 시간만큼 돋아나는 미래가 있다면, 그 시간을 회복하는 애도야말로 문학이란 레퀴엠의 지향점일 테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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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보들레르
불안과 병세의 호전과 악화에 의해 한층 마음이 여려진 당신은 사랑하는 회복기 환자의 몸 위에 생긴 결코 지워지지 않을, 얽은 자국을 처량하게 바라본다. (중략) 이때부터 천연두 자국은 당신 행복의 일부를 이루게 되는데, 이제부터 곰보 자국들은 감미로운 동정심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관능의 대상이 된 것이다. ─ 「사랑에 대해 위안을 주는 경구(警句)들 中」 앞서 제시한 시와 산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보들레르의 초기작들은 이렇듯 사랑에 대해 찬미의 태도를 취한다. 작가의 연보를 통해 추측했을 때, 이 시기의 작품들은 모두 잔 뒤발과의 애틋한 연애를 모티브로 한다. 하지만 교제 기간 14년 중간 중간에 겪은 잔 뒤발과 잠시 동안의 이별 기간과, 그 후 보들레르 말년에 이루어진 결별은 그의 시적 이미지를 우울의 정점에 이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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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고통을 견디는 연습: 팔레스타인에 대해 말하기
긴급재난 문자가 타임라인을 가린다 ―허은실, 「타임라인―bombing: blooming: blooding」 전문(『회복기』, 문학동네, 2022)7) 곡사포의 연기구름은 작약꽃을 닮았다고 한다. 꽃처럼 피어오르는 폭탄과 그 폭탄을 맞은 이들이 피를 흘리는 끔찍한 연쇄는 이 시의 부제 그대로다. 시인은 “고통을 그려 내는 문장이 아름다워도 되는가.”라고 물었지만, 사실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그것을 끔찍스러워하는 감각이 이 질문을 만들어 낸 것이리라. 팔레스타인에서 미얀마까지. 너무나 많은 전쟁이 있고 그 속에서 고통을 감각하는 신체적‧심리적 반응은 점점 무뎌진다. 이 시는 시적 주체가 영위해야 하는 일상과 애매한 위치에 있는 타자의 비극을 병치함으로써 묘한 갈등 상황을 만들어 낸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꽃을 보면서도 “카네이션과 장미를” 기르는 꽃 농가가 있었다는 팔레스타인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시적 주체의 마음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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