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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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토끼 케이크」외 6편
토끼 케이크 히섶 웅크려 식빵 굽는 고양이처럼 발 모으고 빵 굽는 흰토끼 기다란 초 두 개 꽂힌 생크림 케이크 다가가 후우- 불면 안 돼 깡충깡충 달아날 테니. 청개구리와 손잡기 지독스레 말 안 듣는 청개구리 같은 동생에게 누나가 말한다. 우리 놀이터 가서 소꿉놀이할까? - 아니, 운동장 가서 공놀이할 거야. 그럼 공놀이하고 그네 타자! - 아니, 공놀이하고 시소 탈 건데? 그래, 그네 타지 말고 시소 타자. - 아니, 나 시소 안 타고 그네 탈래. 좋아! 그럼 운동장까지 각자 뛰어갈까? - 아니, 나는 누나 손잡고 걸어갈 거야! 청개구리와 손잡은 누나가 웃는다. 제2의 로봇태권V 개발 본부 볼트 발견! 너트 발견!(땅콩 말고) 볼펜 스프링 발견! 짝지가 버린 머리핀 발견! 찌그러진 냄비 발견! 태워 먹은 국자 발견! 낡은 기타 줄 발견! 부러진 안경테 발견! 열쇠 발견! 알전구 발견! 버려진 수도꼭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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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기일날씨맑음 외 6편
제가 어떻게 감히 손가락을 가져다 대어 본다 확실히 죽어 있는 것 같다고 시리고 꼿꼿해 움직이지 않는 여기 비틀려 있잖아요 아무도 [이것]을 수리할 줄 모른다 그렇다면 활자를 다루는 데는 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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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픽션 에세이⑤] 기억과의 작별
그렇게 수술 후 오 년이 지나자 완치 판정을 받았고, 십 년이 지나고 그사이 흰머리가 많아진 주치의와 환자는 이제 다시 못 보더라도 어디서 무얼 하든 건강히 잘사시라는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이제는 정말 의심 없이 완치된 거라고.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당신 같은 케이스의 평균 생존기간이 일이 년에 불과하다고. 축하한다고. 그리고 일 년 후 아버지는 세상을 버렸다. ‘투쟁’해야 할 목적이 사라지면 생의 의지도 사그라지기 마련일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목숨을 담보로 하는 병마와의 싸움에도 해당되는 것일까. 그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학업과 병행하며 열세 살부터 시작된 노동과 홀로 상경해 가족을 이루고 서울에 집을 마련하여 자식을 키워야 했던 그는 ‘투쟁’하듯 한시도 멈추지 못한 생을 살았다. 병이 찾아온 시기가 불가피하게 회사에서 퇴직을 생각해야 할 무렵이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