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7)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k-컬처와 한국이라는 스토리텔링 3] 오늘의 한국문학과 문학 시장에 대하여
그것은 피아(彼我)를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我)’를 지워 내다시피 해서 ‘피(彼)’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 그것이 한강 소설이 가진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그의 소설이 보여 준 새로움이다. 그것은 그간의 한국문학이 피아의 대립 속에서 ‘아(我)’의 정체성을 찾는 데 고군분투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길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특징은 한국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두 편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서술자인 ‘나’는 끊임없이 현실에 개입되는 환상을 통해 죽은 영혼을 마주하거나(「소년이 온다」), 자신도 모르게 내딛던 한 걸음으로 과거의 시간과 조우한 뒤 온갖 죄책감으로 뒤엉킨 친구의 생령을 마주한다(『작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현재 안에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계속 끼어든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남편과 사파리 파크와 ‘산 자들’
세상 사람들 모두 쓸모가 있는데, 나 혼자 고루하고 촌스럽네 衆人皆有以, 我獨頑似鄙 나만 홀로 사람들과 다르니, 그저 먹고사는 데 힘쓰리라 我獨異於人 而貴食母5)(강조는 인용자) 5) 「음악의 가격(~2019)」, 202쪽. 인용된 부분은 『도덕경』 중 학문하는 이의 고뇌를 담고 있는 부분이다. 『도덕경』의 '홀로 쓰임이 없는 고루하고 촌스러운 나'는 「음악의 가격(~2019)」의 예술 노동자인 '나'와 '지푸라기 개'에 대응된다. 흥미로운 것은 인용구 중 '식모'의 해석(의 선택)인데, 왕필의 주에 따르면 '식모(食母)'란 '삶의 근본'이고(食母, 生之本也), 따라서 학자들은 대개 '먹이는 어머니'로서 자연, 곧 '도(道)'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소설의 도덕경 해석은 우리 시대의 '도'가 '먹고사니즘'으로 내려앉았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소설은 여기서 나아가 노자의 무위사상(無爲思想)을 자유주의 경제학의 원리로 치환한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소리의 서막은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자아(自我)를 찾아가는 길, 진로(進路)에 대해 신려하는 일은, 수많은 번민 속에 놓이는 것이지만, 인생을 가치 있게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던가. 아들이 어느새 인생에 대한 물음에 스스로 대답할 만큼 훌쩍 성장한 것 같아 느꺼웠다. 오늘도 아들은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생명의 소생을 곡진히 바라는 마음으로 출동하리라. 여느 때처럼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스스로의 삶을 견고하게 다지는 중일 것이다. 소방관의 삶은 끝없는 도전과 위험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들의 헌신은 사이렌 소리가 전하는 희망과 함께 사람들에게 안전을 선사한다. 우리가 어둠 속에서 고난과 시련을 마주했을 때 현명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준다. 소리의 서막은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 구급차는 병이 위중하여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라도, 살릴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 둔 채 사이렌을 울리며 최선을 다해 달린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