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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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레바논 감정 외 3편
최정례 레바논감정 헤이, 나팔꽃 온몸을 잊으려고 눈발 휙휙 레바논 감정 수박은 가게에 쌓여서도 익지요 익다 못해 늙지요 검은 줄무늬에 갇혀 수박은 속은 타서 붉고 씨는 검고 말은 안 하지요 결국 못 하지요 그걸 레바논 감정이라 할까 봐요 나귀가 수박을 싣고 갔어요 방울을 절렁이며 타클라마칸 사막 오아시스 백양나무 가로수 사이로 거긴 아직도 나귀가 교통수단이지요 시장엔 은반지 금반지 세공사들이 무언가 되고 싶어 엎드려 있지요 될 수 없는 무엇이 되고 싶어 그들은 거기서 나는 여기서 죽지요 그들은 거기서 살았고 나는 여기서 살았지요 살았던가요, 나? 사막에서? 레바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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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시·시조 「분재에 성공한 어떤 감정」외 6편
분재에 성공한 어떤 감정 윤보성 모방은 불가 아니, 불가피하다면 모조품을 더 아껴 주세요 4층이 생략된 계단은 너무도 많아요 굴뚝에 대한 갈망은 깊디깊고요 너는 복제된 뒤 양심상 버려질 형틀액자고치상자 털갈이하고 변태하는 위작 같은 거 대대로 전해진 미신과 악취미 보편기계의 사용설명서처럼 꼬깃꼬깃 접힌 심장 생각으로만 너는 빈 병을 드높이고 깨뜨리네요 생각만으로도 희귀해서 비싸진 거 붉게 축복하는 독실한 그림자들 깨질 조각은 깨진 조각 더는 깨어나기 전을 상상해 볼 여지는 없고 잔에 담긴 건 우스울 수 있습니다 뭐든 너는 웃음을 꽤 오래 공부했고요 웃다가 실실 울어지는 일에 빌어도, 비웃어도 봤답니다 드러눕는다고 다 무대는 아닐 텐데 마룻바닥은 자연이었던 시절을 기억이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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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공정과 인정, 그리고 감정〉―이미상 소설을 중심으로
〈공정과 인정, 그리고 감정〉― 이미상 소설을 중심으로 박서양 1. 능력주의와 감정의 종속 2021년 현재 한국 사회에서 ‘공정’과 ‘능력주의’ 담론은 한정된 자원의 바람직한 분배를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점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더불어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란, 공공의대의 설립 반대 사태 등 공정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여전히 그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입시, 취업, 인사 평가, 임금 및 근로조건의 결정 등 생애 주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이 공정이라는 잣대로 판단되며, 불평등의 심화로 인해 분배의 몫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공정성에 대한 높은 민감도는 때로 절차와 형식의 공정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흐르거나, 차이를 둘러싼 적대심이나 박탈감 등의 태도로 표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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