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문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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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문장 > 문학집배원 > 시배달 마윤지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동지」
동지(冬至) 마윤지 12월에는 흐린 날이 하루도 없으면 좋겠다 그런 약속이 있으면 좋겠다 놀이터엔 애들도 많고 개들도 많으면 좋겠다 살도 안 찌고 잠도 일찍 들면 좋겠다 조금 헷갈려도 책은 읽고 싶으면 좋겠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차표를 잔뜩 사고 안 아프면 좋겠다 30만 년 전부터 내린 눈이 쌓이고 눈의 타임캡슐 매일의 타임캡슐 다 흘러가고 그게 우리인가 보다 짐작하는 날들이 슬프지 않으면 좋겠다 묻어 놓는 건 숨기는 게 아니라 늘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지 그 무엇보다 많이 만져 보는 거지 나중엔 번쩍 번개가 되는 거지 오렌지색 같은 하늘이 된다 맛도 향기도 손가락이 열 개인 털장갑 이를테면 깍지 햇빛의 다른 말이다 - 시집 『개구리극장』(민음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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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문장 > 문학집배원 > 시배달 마윤지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동지」
동지(冬至) 마윤지 12월에는 흐린 날이 하루도 없으면 좋겠다 그런 약속이 있으면 좋겠다 놀이터엔 애들도 많고 개들도 많으면 좋겠다 살도 안 찌고 잠도 일찍 들면 좋겠다 조금 헷갈려도 책은 읽고 싶으면 좋겠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차표를 잔뜩 사고 안 아프면 좋겠다 30만 년 전부터 내린 눈이 쌓이고 눈의 타임캡슐 매일의 타임캡슐 다 흘러가고 그게 우리인가 보다 짐작하는 날들이 슬프지 않으면 좋겠다 묻어 놓는 건 숨기는 게 아니라 늘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지 그 무엇보다 많이 만져 보는 거지 나중엔 번쩍 번개가 되는 거지 오렌지색 같은 하늘이 된다 맛도 향기도 손가락이 열 개인 털장갑 이를테면 깍지 햇빛의 다른 말이다 - 시집 『개구리극장』(민음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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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아카이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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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아카이브 검은 투명
마윤지는 어른의 세계에서 소리가 소거된 또 다른 이유가 어른은 숨어서 그러한 소리를 내기 때문임을 「개구리극장」을 통해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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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아카이브 비사물의 디스토피아와 '아이들'의 애니미즘 ― 변혜지, 남지은, 마윤지의 첫 시집에 부쳐
남지은의 시에서 발견되는 애니미즘적 상상력은 마윤지의 첫 시집 『개구리극장』(민음사, 2024)에서도 발견된다. 흥미로운 점은 2020년대 이후 시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유령’ 대신 마윤지의 시집에는 유독 ‘귀신’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귀신’은 죽은 사람의 넋이라는 뜻 외에도 “사람에게 화와 복을 내려준다는 신령”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사전적 정의를 참고할 때 신비로움이나 언캐니함을 함축한 ‘유령’과 달리 ‘귀신’은 인간의 삶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비존재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이 시집에 실린 시 「포천」은 액운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는 ‘쥐불놀이’의 현장을 그린다. ‘나’를 비롯한 아이들은 어른들이 손에 쥐여준 부럼을 지붕 위로 던지고 밭에서 별달거리를 부르며 풍물놀이를 한다. 어른들은 달이 뜨자 신명나게 쥐불을 놓으며 소원을 빌고, “보이지 않는 곳부터/보이지 않는 데까지” 모여든 귀신들은 사람들을 구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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