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24)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거울
거울 최승호 욕실의 거울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벌거벗은 내 허상이 있을 뿐 그 허상이 눈을 껌벅거린다 바보 같은 놈!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파사칼리아의 거울
파사칼리아의 거울 ―배수아 소설과 음악들 인아영 최초의 소리 배수아의 신작 단편 「눈먼 탐정」(『문학동네』 2024년 겨울호)에는 무언가를 찾는 사람이 나온다.1) 스스로 탐정이라고 불리기를 원했으므로 아마 무언가를 추적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는 무엇을 추적하려는 것일까. 살인 현장을 가까스로 빠져나간 살인자? 희미하게 남아 있는 핏자국과 발자국? 죽음의 냄새를 풍기는 끔찍한 비극? 그런데 그는 “뭔가를 발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232쪽). 그에게는 살인 사건을 파헤치려는 목적이 없다. 대신 그는 뭔가를 보기를 원한다. 아니, 그러나 그는 ‘눈먼’ 탐정이 아닌가. 앞을 보지 못하는 그는 뭔가를 보기 위해서 눈이라는 시각 기관이 아니라 다른 도구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논 거울
논 거울 김호균 모내기 전 논에 고인 물을 백로 같은 새들은 제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강에서 저 강으로 얼마나 고고히 날아갔겠는가. 날아가는 제 모습을 보고 또, 생각했을 것이다. 날아갈 때 그림자는 몸에 붙어 있었나. 저 거울 속에 빠져버렸나. 궁금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점점 근심 걱정으로 번져 갈 때, 한 번은 들렸을 것이다. 자신이 날아다닌 하늘과 거울 속의 하늘을 뚫어지게 바라다보고 싶었을 것이다. 네모난 논 거울 속에 두 발을 담그고 쨍그랑하고 깨질지도 모를 푸른 하늘과 구름과 제 모습을 기어코 쪼아보고 말았을 것이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