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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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겨울 편지
겨울 편지 이원석 날이 매우 추워 독감이 유행이래 한번 걸리면 일주일을 아프다고 했어 로이는 전자식 자연관찰소에 박제되어 있으니 가끔 만나 보러 가도 좋을 거야 다행이다 그치 고통도 수치도 망각하고 일그러진 표정 그대로 멈춰 있을 테니 시간을 탈각시킨 고통은 중심을 잘라 얇게 저며 낸 뇌의 단면처럼 아주 잠깐이자 영원일 테니까 플래시처럼 터지는 한순간의 고통이 영원의 기억 속에 끼얹어져 그걸 불러일으킨 존재를 쉼 없이 재생시키고 있을 거야 행복하게 그가 떠나기 전에 내게 메시지를 남겼는데 읽어 보지 않았어 타이레놀과 알코올은 함께 먹으면 안 된대 〈Duo showdown〉은 잘 읽었어 둘의 이야기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아주 세세한 것까지 그들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무슨 일로 돈을 벌고 어디에 집을 얻었는지 사는 곳 근처에 차이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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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겨울 최유안 음습한 바람이 무리의 발소리를 갑작스레 가뒀다. 육중한 무게가 계단을 수시로 눌러 내리는 탓인지 천장에 붙은 낡은 철제 안내판 한쪽이 불규칙하게 덜컹댔다. 거, 애도 있는데 앞으로 자꾸 밀지 마시고. 신경질적인 영어에 앞쪽 무리에 끼어 있던 몇이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남녀 한 쌍이 눈치를 보며 그의 주위를 빙 돌더니,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들이 빠져나가는 지하철 입구를 올려다봤다. 나 말고도 작은 소요에 신경 쓴 사람이 더 있었는지 고개를 튼 방향에 시선이 여럿 뒤섞여 있었다. 출구 끄트머리 너머 작은 간판이 눈에 띄었다. 남자가 안정을 찾은 목소리로 말했다. 츄러스 먹을까?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여자아이가 신이 나는지 까르륵 소리를 냈다. 빨간 털모자가 단번에 눈을 사로잡았다. 두 돌 정도 되어 보였다. 아이 소리에 힘이 난 남자가 끙 소리를 내며 큰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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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놀이 정재율 잘 자고 일어나, 그런 말을 하고 꿈으로 들어간다 너의 꿈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솜을 쥐고 비틀어 본다 바닥에 흩뿌려지는 흰 것들 우리는 낡은 오두막에서 내리는 눈을 함께 보고 있다 비현실적으로 타오르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벽난로 앞에서 여기가 어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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