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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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난 선배하고만 하고 싶은데
경찰 언니의 얼굴은 그새 여윈 것 같았다. 새벽이 깊어지자 가로등도 꺼졌다. 그림자를 만드는 건 달빛뿐이었다. 그래서라고 생각했다. “잘 챙겼어요?” 경찰 언니는 손에 든 가방을 슬쩍 들어 보였다. 귀 뒤로부터 발소리가 멀어져 갔다. “덕분에 나도 재밌었어.” “다행이네요.” “강렬하게 이기는 경험도 했고 말이야. 지나치게 강렬했지만.” 나는 경찰 언니 곁을 지나쳤다. 언니의 발소리가 내 뒤를 따라붙었다. 이내 조용해졌다. 대신 목덜미를 간지럽힌 건, 조금 낮아진 듯한 언니의 육성이었다. “안 물어 보려고 했는데.” 돌아서 마주선 경찰 언니의 표정은 조금 전과 미묘하게 달랐다. 나는 말했다. “안 물어 보는 게 조건이었잖아요.” “나하고 마스터 헤즈업 때, 마스터 리버에서 아웃츠 세 장일 때, 내 승률이 구십칠 퍼센트였을 때.” 이 정도 질문은 괜찮았다. 어쨌거나 방금까지 한 패였으니까. “맞아요. 연습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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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날아라 장수풍뎅이
권총을 찬 경찰 아저씨 두 명이 교문 앞에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보고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 아저씨들이 길을 건너려고 했다. 마침 차들이 줄을 지어 지나갔다. 경찰 아저씨들은 한걸음 물러서서 차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강건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차들이 다 지나가면, 경찰 아저씨들이 길을 건너면, 풍뎅이 아저씨는 잡혀간다. 수갑을 찰지도 모른다. 어쩌면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 장수풍뎅이를 파는 일이 그렇게 나쁜 일인지 몰랐다. 권총을 찬 경찰 아저씨들이 출동할 일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 아저씨가 왔다. 그것도 두 명이나! 강건이가 문구점 밖으로 뛰어나왔다. “풍뎅이 아저씨.” 강건이가 소리내어 불렀다. 풍뎅이 아저씨만 듣기를 원했는데 누구도 듣지 못했다. 강건이가 더 큰 소리를 냈다. “풍뎅이 아저씨!” 그래도 듣지 못했다. 강건이는 자기가 틀렸기를 바라며 더 크게 불렀다. “풍뎅이 아저씨!”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뀌고 횡단보도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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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중편연재] 목성에선 피가 더 붉어진다①
제일 먼저 내게 총을 쏜 경찰 로봇은 군중들 사이에 숨어 있었다. 단백질 피부를 입힌 인간형 로봇이었다. 나는 그를 피해 달아나면서 터미널 구석구석을 눈으로 훑었다. 경찰 로봇은 모두 다섯 대, 아니 여섯 대가 있었다. 한 대는 대합실 2층에 있었다. 나는 변장용 홀로그램을 끄고 재빨리 뛰어올라 2층에 있던 경찰 로봇을 먼저 처치했다. 로봇의 목을 비틀어 꺾은 뒤 녀석이 가지고 있던 총을 빼앗았다. 내 얼굴을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린 군중은 환호성을 지르며 셀카를 찍거나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로봇 다섯 대가 2층으로 날아 올라왔을 때, 나는 로비로 뛰어내리면서 그중 한 대를 무릎으로 찍어 바닥으로 깔아뭉갰다. 남은 로봇 네 대는 전략을 바꾸었다. 녀석들은 나를 포위하고 내가 멀리 이동하지 못하도록 동선을 차단했다. 2층에 두 대, 1층에 두 대가 있었다. 포위망이 더 좁혀지기 전에 무모한 돌격을 감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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