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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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대륙적 기상
대륙적 기상 황유원 저 달은 떠 있다 중력으로 휜 공간에 갇혀 어쩌자고 매일매일 저 달은 떠 있나 너랑 마지막으로 술 마시는 날 너는 자꾸 한 잔만 더 라고 말하고 오늘 나에겐 그 입을 닫아줄 힘이 없다 너는 요즘 중국에서 잘 팔린다는 시인 얘길 하고 너와 자기 위해 중국의 반을 건너 왔다 어쩌고 하는 문장을 읊는다 그 시인은 농민공에다 장애인이라는데 정확한 장애의 명칭을 한국어로 모르는 너는 그의 장애를 흉내내고 그런 너의 모습은 꼭 장애인 같고 너는 장애인이고 나는 장애인이고 나는 그의 시를 함께 번역하자는 너의 제안을 두세 번 거절하고 너는 마지막으로 동침해본 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고 말하는데 여자친구랑 마지막으로 동침한 게 언제냐는 말에 나는 이제 그만 좀 닥치라고 말한다 너는 후렴처럼 한 잔만 더 라고 말하고 벨소리를 듣고 온 사장에게 호프 한 잔 더 라고 말한다 너는 오백이라는 말 대신 늘 호프라는 말을 즐겨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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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기상 이변
기상 이변 이정란 파묘에 내려앉은 밤의 눈송이는 얼마나 눈부신 해골일까 자넨 예측할 수 없는 삽날 그렇다면 어둠을 너무 깊게 파거나 손목을 축내지 말길 오늘의 날씬 그다지 날씬하지 않아 발끝에서 시작된 길을 따라다니고는 산에 다녀왔다고 말하는 것처럼 뒤죽박죽 돌아보면 히말라야가 되어 있는 길의 체감온도를 몰라 날씨는 늘 뒷걸음이지 내 속에 보글거리고 있는 악담을 미세먼지 강조하는 형광펜으로 사용하면 내일의 날씨는 노루를 따라 산등성을 오르내리게 될 거야 노거수가 없다면 함박눈은 공중의 습도로 측량되었을 테고 검은 타일 바닥에 쌓인 눈은 가면 같아 본색을 가린 누군가가 숨어 엿보는 것 같아 눈이 사라진 후 녹아 질척이는 뱀의 혀와 까마귀 눈알에 대해 속닥거려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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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먼지 행성의 주민들
먼지 행성의 주민들 김언 우리는 혁명적인 모래사장을 가지고 태어났다 똥을 참아가며 그 연설을 듣는다 어디가 틀렸고 어디가 어색한지 맞춤법을 모르는 소년은 바닷물에 빠져서 허우적댄다 인파를 관리하는 관리는 두 번의 승진을 거친 후에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새끼고양이의 장래를 어루만지고 싶다 조금 더 고통스러운 설문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우리들의 낯뜨거운 태양 아래 숨죽이고 하품하는 먼지 속의 유권자 한 명이 살해당하고 돌아왔다 기상 캐스터는 태풍이 오는 것처럼 호들갑스럽다 보이지도 않는데 제주도 남쪽은 벌써 하얗다 머리까지 하얗다 눈썹에도 흰 눈이 내려 백두산을 다 보고 왔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믿으라는 눈치를 나만 모른다고 외면할 수 없는 겨울이다 여름이 다 갔다 사람이 바뀌었다고 우리가 지지하는 폭풍은 소멸하면서 긴 꼬리를 남기고 잠적하였다 나 여기 있다고 깨알 같은 군중심리를 이용하는 파도타기 응원 때문에 백사장의 낙오하는 먼지가 술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