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문장(0)
글틴(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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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시 발렌타인 데이
내일 고백할 거야넌 거절하기만 하면 돼입에 껌이랑 초콜릿을 같이 넣었는데껌이 완전히 녹지 않았다며 불평하던 너어항 안의 물고기는산소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까?아가미가 가진 숨은몇 분 동안 참을 수 있을까꼬리가 아름다우면 일단 수컷이라는데나는 암컷이 되고 싶었다깨진 어항엔깨진 물이 새어 나오고얼굴은 물에 들어가면참 웃기게 보이기도 하지너에게 산소가 얼마 남지 않다는 걸 알아고백을 거절하기만 하면우리들의 이야기는 너의 가혹한 마무리로 끝나는 거지난 그게 참 좋던데껌을 씹다가 잠들면꿈에서 단물이 다 빠졌다며 돌아가신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던데 한참을 우는 걸 보다가 몸에 있던 단물이 전부 빠진 느낌이었는데주름은 원래 슬퍼하라고 있는 법이래웃을수록 늘어나는 것도 주름인데어쨌든 슬퍼지는 건 당연하니까물고기가 바닥에 튀어 오를 때지구가 살짝 흔들렸다아주 살짝눈동자처럼잊히기 좋은 모양새로엎드려 있다일어났더니 껌은 침에 다 녹아서부푼 부유물만 남았을 때삼키기엔 내가 너무 불쌍했다아무도 내 러브레터를 읽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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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수필 발렌타인 데이 (사내의 이야기) / 퇴고
1. 이 이야기를 당신에게 하게 될까.2. 모두가 입에서 초콜릿의 옅은 단내를 풍기는 밤이었다. 올해의 ABC초콜릿은 지난해보다 더 달거나, 더 비렸다. 독서실 구석에서 적당히 밝은 형광등 아래로 백가흠의 소설을 읽어 내려간다. 그토록 조용한곳에서 책을 읽는 것은 묘하게도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든다. 불빛아래 몸을 내 놓은 여인처럼. 나는 그 가슴께를 파고들기를 좋아한다. 뒷자리의 얼굴모를 또래의 여자애가 뱉어내는 숨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올 뿐이다. 이곳은 내가 얌전히 굴기에 좋은 장소다. 이곳에선 좋은 냄새가 난다. 그렇지만 밖을 나오면서 나는 별것에 돈을 다 쓴다고 생각한다. 평소대로 티 하나만 걸친 흉곽위로는 바람이 샌다. 쉭쉭. 오지게도 춥다. 아그작 아그작 어금니를 맞부딪치며 어둠을 입안에서 부술 때 나는 오늘 동생이 사내에게 준다고 사두었던 초콜릿을 내가 집어먹은 것이 생각났다 이빨 사이에서 땅콩과 캐러멜이 범벅이 되어 으깨졌다. 확실히 동생은 사내에게 나보다 더 좋은 딸이다. 나는 항상 사내에게서 전화가 올 때면 그녀를 바꿔주곤 했다. 사내와 나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했던 통화내용이 뭐였더라. 아마도 사내는 내게 동생을 챙기라고 했던 것 같다, 어쩌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두 시간 전으로 '발렌타인특수'가 끝난 할인점이 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초콜릿을 내다 팔고 있었다. 도대체가 초콜릿이라고 불리기에는 그저 불온한 설탕덩어리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한 봉지를 산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혼자서 다 먹을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본다. 파란 줄무늬가 그려진 은박을 까서 입속으로 들어가는 덩어리는 달콤하다. 잠시 사내를 생각했던 것도 같다. 불안감이 얼어있는 갈비뼈 언저리를 엄습한다. 가방을 고쳐 매며 인생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것 같지 않다고 되뇐다.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환경에 비해 나는 그럭저럭 순탄하게 살아왔다. 그럭저럭 이란 말이 입 안에서 걸린다. 씹고 남은 초콜릿이 어금니에 붙은 것 같아 불쾌하다. 사내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가 어떻게 해서 이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 모른다. 아니 외면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치기어린 장난과 놀음으로 보내기에는 너무 용기가 없는 남자였다. 성실했지만, 충분히 치열하게 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고시준비를 했었다. 그 동안 내가 태어났다. 초콜릿의 속살에 박힌 아몬드를 깨물며 나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다. 사내가 내 인생에 있어 슈퍼맨으로 기억된 적이 있었는지를 잠시 물어본다. 사내는 대게 그의 아내와 그 자신으로 인해 대게 패배자로 인식되어왔다. 나는 종종 사내를 떠올릴 때 마다 불 켜지지 않은 방에서 생활정보지를 깔고 전화를 걸던 굽은 등이 생각난다. 사내는 항상 다섯 살 낮게 그의 나이를 불렀지만 결국은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수십 통의 전화에서 바람 새는 소리가 났지만 그는 '수고하십니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사내는 항상 자기 몸집보다 큰 셔츠와 점퍼를 입었다. 아니, 비쩍 마른 사내의 몸에는 어떤 옷이라도 사내를 집어삼킬 만큼 컸다. 겨울이면 그는 밖에 잘 나가지 않았다. 겨울은 매번 더 추워졌다. 명절 마다 친척들이 나와 사내를 두고 쏙 빼닮았다고 할 때면 미묘한 감정이 뱃속을 슬금슬금 기어다녔다. 나는 그것이 사내의 날선 콧대와 긴 얼굴뿐 아니라 약간 구부정한 허리와 엉거주춤한 걸음걸이까지를 모두 포함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혀로 남은 초콜릿을 핥으며 나는 그것이 패배자의 표식이라고 생각한다. 사내는 '진사람' 이었다. 그는 그렇게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구두 뒤축은 항상 반들반들해서 그는 얼음이 언 내리막길에선 곧잘 넘어지곤 했다. 나는 사내처럼 걸으면 패배자가 될까봐 겁이 난다. 패배자의 자식이 패배자로 길러지는 것을 증언하기 위해 사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바람이 샌다. 쉭쉭. 오지게도 춥다. 3. 나는 사내가 어디서 잠드는지 알지 못한다. 사내는 일을 하러간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에서 잠드는지 굳이 묻지 않는다. 사내도 조용히 집을 떠날 뿐, 말하지 않는다. 사내는 어느 알지 못하는 지역에서 어느 여관, 혹은 합숙소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밤을 보내고 있다. 사내는 일찍 잠드는 편이었다. 4. 집에 도착했을 때, 사내가 남기고 간 구두를 본다. 단것을 많이 먹은 탓에 혀에 돋아난 혓바늘을 입천장으로 문지르며 나는 구겨진 뒤축을 한참을 보고 서있다. 결국은 쪼그리고 앉아 그것을 펴 놓는다. 사내는 항상 신발을 접어신고 다녔다. 가죽위에 사내의 뒤꿈치 자국이 깊게 남아 여전히 구겨져 있다. 사내는 뼈마저도 깊었다. 결국 사내는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오직 한 사람의 남자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가 결국은 끝나지 않을 것을 안다. 여전히 저녁마다 사내에게서 안부전화가 오면 나는 말없이 그의 둘째딸을 바꿔줄 것이고 어쩌다 내가 수화기를 잡게 되는 날에도 우리는 많은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다음 주면 초코파이 몇 개와 빵이든 가방을 들고 집에 돌아와 며칠 내내 바람소리를 내며 잠들 것이며, 그 다음 날엔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밤을 보낼 것이다. 나는 또 다시 남겨진 사내의 구두 뒤축을 펴 놓을 테고 거울을 보면서 내가 점점 사내와 닮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5.그날은 밸런타인 데이였다. 모두들 입에서 초콜릿의 옅은 단내를 풍기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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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 수필 발렌타인 데이, 사내에 대한 회상
1. 이 이야기를 당신에게 하게 될까 2. 모두가 입에서 초콜릿의 옅은 단내를 풍기는 밤이었다. 올해의 ABC초콜릿은 지난해보다 더 달거나, 더 비렸다. 독서실 구석에서 적당히 밝은 형광등 아래로 백가흠의 소설을 읽어 내려간다. 그토록 조용한곳에서 책을 읽는 것은 묘하게도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든다. 불빛아래 몸을 내 놓은 여인처럼. 나는 그 가슴께를 파고들기를 좋아한다. 뒷자리의 얼굴모를 또래의 여자애가 뱉어내는 숨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올 뿐이다. 이곳은 내가 얌전히 굴기에 좋은 장소다. 이곳에선 좋은 냄새가 난다. 그렇지만 나는 밖을 나오면서 별것에 돈을 다 쓴다고 생각한다. 평소대로 티 하나만 걸친 흉곽위로는 바람이 샌다. 쉭쉭. 오지게도 춥다. 아그작 아그작 어금니를 맞부딪치며 어둠을 입안에서 부술 때 나는 오늘 동생이 아버지에게 준다고 사두었던 초콜릿을 내가 집어먹은 것이 생각났다 이빨 사이에서 땅콩과 캐러멜이 범벅이 되어 으깨졌다. 확실히 동생은 아버지에게 나보다 더 좋은 딸이다. 나는 항상 사내에게서 전화가 올 때면 그녀를 바꿔주곤 했다. 사내와 나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했던 통화내용이 뭐였더라. 아마도 사내는 내게 동생을 챙기라고 했던 것 같다, 어쩌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제 두 시간 전으로 '발렌타인특수'가 끝난 할인점이 싸게 초콜릿을 내다 팔고 있었다. 도대체가 초콜릿이라고 불리기에는 그저 불온한 설탕덩어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한 봉지를 산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혼자서 다 먹을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본다. 파란 줄무늬가 그려진 은박을 까서 입에 넣어지는 덩어리는 달콤하다. 잠시 사내를 생각했던 것도 같다. 불안감이 얼어있는 갈비뼈 언저리를 엄습한다. 가방을 고쳐 매며 인생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것 같지 않다고 되뇐다.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환경에 비해 나는 그럭저럭 순탄하게 살아왔다. 그럭저럭 이란 말이 입 안에서 걸린다. 씹고 남은 초콜릿이 어금니에 붙은 것 같아 불쾌하다. 사내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가 어떻게 해서 이런 삶을 살게 되었는지 모른다. 아니 외면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치기어린 장난과 놀음으로 보내기에는 너무 용기가 없는 남자였다. 성실했지만, 충분히 치열하게 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고시준비를 했었다. 그 동안 내가 태어났다. 초콜릿의 속살에 박힌 아몬드를 깨물며 나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다. 사내가 내 인생에 있어 슈퍼맨으로 기억된 적이 있었는지를 잠시 물어본다. 사내는 대게 그의 아내와 그 자신으로 인해 대게 패배자로 인식되어왔다. 나는 종종 사내를 떠올릴 때 마다 불 켜지지 않은 방에서 생활정보지를 깔고 전화를 걸던 굽은 등이 생각난다. 사내는 항상 다섯 살 낮게 그의 나이를 불렀지만 결국은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수십 통의 전화에서 바람 새는 소리가 났지만 그는 '수고하십니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사내는 항상 자기 몸집보다 큰 셔츠와 점퍼를 입었다. 아니, 비쩍 마른 사내의 몸에는 어떤 옷이라도 사내를 집어삼킬 만큼 컸다. 겨울이면 그는 밖에 잘 나가지 않았다. 겨울은 매번 더 추워졌다. 명절 마다 친척들이 나와 사내를 두고 쏙 빼닮았다고 할 때면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나는 그것이 사내의 날선 콧대와 긴 얼굴뿐 아니라 약간 구부정한 허리와 엉거주춤한 걸음걸이까지를 모두 포함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혀로 남은 초콜릿을 핥으며 나는 그것이 패배자의 표식이라고 생각한다. 사내는 '진사람' 이었다. 그는 그렇게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구두 뒤축은 항상 반들반들해서 그는 얼음이 언 내리막길에선 곧잘 넘어지곤 했다. 나는 사내처럼 걸으면 패배자가 될까봐 겁이 난다. 패배자의 자식이 패배자로 길러지는 것을 증언하기 위해 사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바람이 샌다. 쉭쉭. 오지게도 춥다. 3. 나는 사내가 어디서 잠드는지 알지 못한다. 사내는 일을 하러간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에서 잠드는지 굳이 묻지 않는다. 사내도 말하지 않는다. 사내는 어느 알지 못하는 지역에서 어느 여관, 혹은 합숙소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밤을 보내고 있다. 사내는 일찍 잠드는 편이었다. 4. 집에 도착했을 때, 사내가 남기고 간 구두를 본다. 나는 구겨진 뒤축을 한참을 보고 서있다. 결국은 쪼그리고 앉아 그것을 펴 놓는다. 사내는 항상 신발을 접어신고 다녔다. 가죽위에 사내의 뒤꿈치 자국이 깊게 남아 여전히 구겨져 있다. 사내는 뼈마저도 깊었다. 결국 사내는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오직 한 사람의 남자였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가 결국은 끝나지 않을 것을 안다. 여전히 저녁마다 사내에게서 안부전화가 오면 그의 둘째딸을 바꿔줄 것이고 어쩌다 나와 통화를 하게 되는 날엔 우리는 많은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다음 주면 초코파이 몇 개와 빵이든 가방을 들고 집에 돌아와 며칠 내내 바람소리를 내며 잠들 것이며, 그 다음 날엔 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밤을 보낼 것이다. 나는 또 다시 남겨진 사내의 구두 뒤축을 펴 놓을 테고 거울을 보면서 내가 점점 사내와 닮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5.그날은 밸런타인 데이였다. 모두들 입에서 초콜릿의 옅은 단내를 풍기는 밤이었다. -------------------------------------------------------------------------볼때마다 부족하다고 생각해서올리기가 선뜻... 어느새 여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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