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근
그는 살아있거나 죽어있거나 두 개의 근, 제 근들을 다 비워낸 아버지의 방정식. 수학은 아니잖아요, 모르겠구나, 말없이 아버지의 뒤꿈치를 벗기는 어머니. 가벼운 것들만 둥둥 떠다니고 아버지의 근 성립되지 않는 이력. 오늘 반찬은 연근이 아니네요, 꽃은 피지 않아요. 아니 우리가 없는 거예요, 떼어내요, 한 장, 두 장 떼어내듯 견딜 겨울이 나의 근처럼 뚝뚝. 밀어낸다는 것이 아버지, 겨울을 버텨야 하는 슬픔들을 모르는 척 두는 일이라고 서글픔만큼 작아지는 한 뭉치 초침으로 짹깍, 짹깍 끊어내는 일이라고 비스듬히 별들의 통증에도 나는 아팠다 미동 없는 아버지의 눈 딸깍딸깍 숨이 넘어가듯 시계추가 돈다. 어머니가 푸른 무청을 새로 사왔다. 파릇한 시개리 줄기를 잘라놓았다. 시래기가 금세 숨을 죽였고 나는 통통하게 떼어진 뿌리처럼 아프고 싶었다.
-
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어떤 싸움의 기록 외 1편
토사물을 뱉는다 두 발을 지상에 두기 전에 흐릿했던 그림자가 천천히 짙어지고 검은 새의 몸속에서 두근거렸던 선홍빛 내장들이 하얗게 식어 간다 울면서, 토하던, 몸의 것이 치약을 비틀어 짜놓은 것처럼 툭, 제 그림자마저 하얗게 뒤집어 놓는 꼴이란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하는 짓 새는 팔이 없고, 누나는 말이 없고, 나는 망가진 얼굴에 연고를 발라 주는 누나 옆에 있었다 눈꺼풀을 비비면 따갑게 불빛을 따라 기어다니던 벌레들이 있는 힘껏 몸을 뒤집어 하혈을 하곤 했다 누나의 무명지에 묻은 하얀 햇빛이 내 얼굴에 와 닿아 없어져 번들거릴 때까지 구름은 누나의 옥탑 위로 몰려왔다 몰려가고 꽉 잠가버릴 수 없는 피의 뜨거움이란 대체, 알 수 없는 그리움에 바람이나 털어놓으면서 나는 손가락 때문에 앓고 있었다 단지, 검은 새가 날아간 자리 빨랫줄이 흔들린다 흰 그림자에 남아 있던 공중의 멀미 위로 뜨끈한 김이 올라온다 부어오른 내 얼굴은 구름과 구름 사이에 있었다 창; 검은 방정식
-
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숫자의 위력
직사각형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한 박율은 원주율까지 스스로 깨우친 후 입천원일(立天元一)에서 비롯된 천원술(天元術)의 방정식 계산법을 터득하기 시작한다. 천지가 형성되기 이전 혼돈 상태에 만물의 근원을 뜻하는 원(元)에 해당하는 미지수라는 개념을 적용해서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방정식을 구할 수 있는 고차방정식을 푸는 방법을 찾아낸 박율은 지금까지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책으로 정리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 책의 이름은 산학본원(算學本原)이다. 산학본원(算學本原)을 완성해 나갈 즈음 박율은 구수략(九數略)이라는 서책을 접하게 된다. 주역의 괘에 나타난 형상과 변화를 응용해 수리(數理)에 대해 이해하려는 상수학적(象數學的) 인식을 바탕으로 수리 철학을 저술한 구수략(九數略)이라는 서책을 발견한 박율은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