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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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생명 사유
“살아 있는 나무를 어떻게 자른다냐, 생명 있는 것을 함부로 자르면 쓰겄냐?” 힘든 시간이 고통스럽게 흐르고 사정이나 좀 알아보자면서 아버지를 붙들고 물었을 때 태연히 하신 말씀이다. 아버지가 여름을 대하는 자세는 우리와는 좀 다른 생명 존중의 시간 같았다. 알 듯 모를 듯 시간만 좀먹고 이제 그 무심한 여름은 아무리 강산이 변해도 끝이 날 것 같지 않게 되었다. 우리야 대충 시간만 때우면 되었지만 엄마는 농사에 찌들어 몸이 천근만근이 되는 시간을 보내셨다. 그 세월을 무엇에 비기여 말할 수 있으랴. 만생종 백도가 한참 출하하는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15일 전후다. 한 해 한 해 여름은 한없이 무더워졌고, 작업은 더 어려워졌다. 유년의 엄마는 고무 대야에 복숭아를 담아 머리에 이고 오일장을 가서 노상에 앉아 복숭아를 팔았다. 때론 복숭아를 시외버스에 싣고 남광주 도깨비시장으로 팔러 다니시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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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능동적인 생명, 그리고 작가의 자리
생명 전체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생각하고, 인간이 스스로 자초하는 비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가장 최선이고 최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성취하진 못한다 하더라도 모방해서 배운다면 태어나서 죽는 기간 동안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는 운명론자가 아닙니다. 진실에서 배우자는 것입니다. 김영래 : 인간의 비극적인 운명과 개미의 삶과 죽음이 우주적 질서에서 보자면 등가물이라는 것이지요? 박경리 : 그래요. 하지만 그러한 비극도 인위적인 것입니다. 『토지』의 비극의 일부분은 일본이라는 집단에 의해 일어난 것입니다. 되도록이면 그것으로부터도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화산이 분출되면 땅이 젊어진다든가 하는 순환의 이유가 있습니다. 필연적인 이유가 있고 이것이 자연의 질서입니다. 일본이 우리를 침략한 것은 단지 인위적인 재앙일 뿐입니다. 김영래 : 결국 한(恨)에 관해 말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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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박경리(소설가) 진행?정리 김영래(소설가) 동영상 보기 선생의 텃밭 모든 생명은 동등하다 문학은 삶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 나의 문학은 노동 시는 살아있는 육성 작가에게는 책상만이 필요하다 버스가 섬강을 건너 문막으로 들어서면 내 가슴은 설레기 시작한다. 토지문화관으로 가는 길은 왠지 친정 가는 느낌을 준다. 새의 둥지를 연상케 하는 말 ‘친정’. 큰집이라든지 종가라는 말보다 얼마나 푸근하고 훗훗한가. 2001년부터 나는 세 차례에 걸쳐 토지문화관의 창작실에서 작업을 하는 호사를 누렸다. 길게는 백여 일, 짧게는 한 달 반. 떠돌며 어디에도 정붙이지 못했던 나에게 그 시간들은 낯설면서도 살가운 경험의 층을 이루고 있다.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연세대학교 원주 분교를 지나 양아치고개로 오르기 전에 좌회전하여 회촌마을에 들면 논밭 사이로 작은 저수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봄이면 원앙이 무리 지어 짝짓기를 하고 물총새가 둥지를 트는 곳. 흰뺨검둥오리가 밤을 나고, 날도래가 날개돋이 하는 여름 저녁이면 파랑새와 쏙독새가 선회하며 성찬을 즐기는 곳. 고개를 들면 해발 1,087미터의 백운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몇 개의 봉우리와 골짜기를 만들며 강파르게 뻗쳐 내리던 산은 마을에 이르자 넉넉하게 품을 펼쳐 숨을 고르고, 바로 그 들머리에 토지문화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우리 문학사에 큰 산맥으로 우뚝 솟은 박경리 선생이 계신다. 선생님 댁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텃밭이 궁금해진다. 올해는 어떤 작물들이 자라고 있을까? 생명은 능동적인 것 김영래 : 사이버 문학 광장 <작가와 작가>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시고 뵙고 싶으셨던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을 모시고 말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막바지 무더위가 심한데 건강은 어떠신지요? 박경리 : 노인들은 여름이 힘듭니다. 더위를 이기는 것도 힘이 있어야 하는가 봅니다. 김영래 : 올해는 비도 엄청나게 왔는데 비 피해는 없었나요? 박경리 : 다행히도 여기는 없었습니다. 김영래 : 텃밭 가꾸기는 어떠세요? 마당에 고추가 주렁주렁 열려 있던데요. 박경리 : 고추 수확은 많이 했습니다. 김영래 : 그 밖에 다른 농사는요? 박경리 : 옥수수, 감자 농사는 끝났고, 이제 김장 배추와 무로 금년 농사는 끝이 납니다. 김영래 : 토지문화관에 있으면 선생님께서 아침저녁으로 밭에 나와 일하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작년에 출간된 『생명의 아픔』이라는 산문집에서 ‘노동과 글쓰기와 나는 삼발이 같은 것이었다’고 하셨습니다. 발이 셋 달린 그 기구에서 조리되어 나오는 것이 곧 선생님의 작품이자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텃밭 가꾸기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박경리 : 정릉에 살 때부터 뜰이 있어서 농사를 했고, 본격적으로는 원주에 와서 농사를 지었습니다. 땅이 넓어서 칠백 평 정도 되는 밭에 고추 농사를 지었지요. 이젠 이십 년 가량 되어서 고추 농사는 도사가 되었습니다.(웃음) 김영래 : 선생님께서 늘 견지하고 계신 자세, 일을 통해 자연과 삶에 다가가려는, 나아가 자연과 삶을 껴안으려는 자세는 『생명의 아픔』에서 다음과 같은 깨달음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평등은 인간의 소위(所爲)로서 자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 대붕(大鵬)은 쥐벼룩이 너무 작아서 볼 수 없고 쥐벼룩은 대붕이 너무 커서 볼 수 없지만 삶의 궤적은 한 치 오차 없이 동등하다는 것.” 이러한 깨달음은 선생님의 작품과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보는데요. 박경리 : 현대인들은 일하지 않고 편한 것을 원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현대 문명의 목적이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현대문명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지요. ‘정년퇴직한 사람이 일을 놓으면 빨리 죽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일을 보배같이 여겨야 합니다. 인간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모든 생명이 다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비가 춤을 춘다, 새가 노래한다’고 하지만 이 모두가 노동인 것입니다. 생명이 태어나면 마땅히 일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생명이 왜 생명인가를 근원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피동성과 능동성으로 구분됩니다. 생명은 능동적인 것이고 반생명은 피동적입니다. 본질적으로 생명은 능동적으로 살아야 하는데 그것이 곧 일입니다. 가장 순수하고 원초적인 것이지요. 곡물을 심고 가꾸는 농사는 직접적인 생존과 관계있는 것입니다. ‘일이 없을 때는 산송장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동이라는 것, 일이라는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겨울의 긴긴 밤에는 말할 수 없는 불쾌감과 옛일에 대한 회상으로 불평이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일을 하고 있으면 그것이 정화되어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밭에 풀을 뽑고 나면 이발소에 가서 이발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되지요. 일을 미화한다기보다 일 자체가 살아 있는 것이고 본질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김영래 : 노동한 만큼 생존의 수단을 얻을 수 있다면 오늘날 같은 비만의 문제나 잉여 자본으로 인한 부조리도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최근 십여 년 동안 선생님의 화두는 ‘생명’의 문제였습니다. 제 기억으론 1993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으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 직책을 맡게 된 연유가 궁금합니다. 박경리 : 저는 그때까지 세상에 나와 감투를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반장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일을 맡게 된 이유는 단 하나, 그것이 환경에 관련된 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곧 그만두었습니다. 공리적인 것과 이상주의가 충돌하는 건 현대세계의 대세인데, 한국에서는 이상주의가 너무 밀리고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이상이 현실화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몸을 바쳐 실천하고 사람들을 조직해 순수한 환경운동을 펼쳐가야 하는데, 정치라는 것이 와서 간섭을 하곤 합니다. 기업의 유혹도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의 좋지 않는 거래와 정치인들의 무관심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자리 잡은 것이 없습니다. 해방 이후의 농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유기농의 경우, 정부에서 오 년 정도 제대로 지원해주었으면 자리를 잡았을 것입니다. 유기농을 하면 첫해는 수확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농민들이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까요. 일전에 쿠바를 보니까, 미국과 대치된 어려운 상황인데도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온 국토가 유기농으로 전환되어 있었어요. 빌딩 앞의 조그마한 공터에서도 유기농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업이 발달 되지 않아 옷은 허름한 옷을 입고 있어도 그 옷 안의 육체는 모두 건강했습니다. 우리는 2차, 3차 산업만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쿠바는 땅바닥에서부터 벽돌을 쌓아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모두 건강해 보였습니다. 누더기 같은 옷을 입어도 몸이 건강하면 행복하고 화려한 옷을 입어도 육체가 건강하지 못하면 불행하지요. 자본주의 멸망에 대한 예고 김영래 : 저도 TV에서 보았는데, 수도 아바나에서 유기농을 하고 도시 내에서 물물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더군요. 박경리 : 이를테면, 근본이 된 것입니다. 한국은 근본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어느 때 무너질지 모릅니다. 땅이 흔들리면 모든 것이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의 농토가 병들어 황폐해지면 우리는 외국에서 비싼 농산물을 사다 먹어야 합니다. 금덩어리를 내주어서라도 건강한 식품을 원할 것입니다. 십여 년 전 중국에 다녀와서 ‘기업주들이 이제는 유기농업을 해야 한다’고 조선일보에 기고했던 일이 있습니다. 기업이 앞장서서 친(親)자연 식품을 생산한다면 그 어떤 공산품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땅만 제대로 만들어 놓는다면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에요. 김영래 : 2003년 《현대문학》에 연재하신 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도 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경리 : 그것은 『토지』의 후속 작품으로 쓴 것입니다. 『토지』의 시작은 열 줄로 시작해서 역사의 사건을 따라 올이 늘어나듯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토지』 이후, 즉 해방 후의 역사 공간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그러한 내용을 토지에서처럼 담아 넣는다는 건 불가능했지요. 그래서 「나비야…」에선 시점을 지식인으로 축소했습니다. 그럼에도 넘기 어려운 산들이 즐비하더군요. 지식인 중심이라면 정치도 다루어야하는데 그것을 하기에는 나 자신이 한국의 관습에 너무 젖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영래 : 인간관계의 문제인가요? 박경리 : 토지문화관을 지으면서 세상의 부정들이 너무 조직화되어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이라는 것은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위에 계란 치기였지요. 해방 이후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엄청난 조직이 생겨난 것입니다. 조금 다른 경우지만, 청계천 복원에서 드러난 문제도 충분히 예상되었던 것입니다. 청계천은 조경이 아니라 토목이 중요한 관건입니다. 그런데도 조경이 최우선 과제인 양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일입니다. 이 또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파헤치는 데 너무 긴장하고 욕심을 내다보니 혈압이 이백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백내장이 심해지더니 허리를 다치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매달 150매에서 180매 정도의 분량을 연재해야 했는데 힘에 부쳐 단념하고 말았습니다.(「나비야…」는 3회를 끝으로 연재가 중단되었다) 김영래 : 환경에 대한 선생님의 관심은「숨소리」라는, 문학과 생태학이 어우러진 계간지를 내기에 이르렀는데 처음 그러한 계획을 세운 건 언제였나요? 박경리 : 『토지』를 쓰면서 생각했습니다. 토지의 이익금으로 발행해서 무료로 배부하고 싶었습니다. 김영래 : 『숨소리』는 제목이 좋습니다. 삼라만상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박경리 : 만들어 놓고 보니 책이 순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광고나 잡다한 것이 하나도 없고 정치적인 색채가 없었습니다. 순결한 처녀 같았습니다. 하지만 매스컴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쉬운 일이 아니지요. 통권 8호까지 내고 그만두었습니다. 어떤 기업가가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뜻만 고맙게 받아들였습니다. 김영래 : 환경과 생명의 문제에 접근하는 데엔 현재 두 가지의 방식이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80년대식의 운동 차원의 접근과 종교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접근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 두 접근법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건 생태학적인 접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자연에 대한 환상도 버리고 그동안 무차별하게 행해왔던 자연에 대한 착취 또한 그만두자는 것이지요. 자기 자신에 대한 바로 알기, 생명에 대한 바로 알기, 생물과 무생물 전체를 아우르는 모든 것에 대한 바로 알기를 통해 자연에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박경리 : 자본주의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습니다. 자본주의의 멸망에 대한 예고, 지구의 온난화 현상 등이 오늘날의 큰 문제로 남았습니다. 자본주의가 가진 부정적인 면이 극대화되어 있습니다.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샤머니즘이 있습니다. 샤머니즘은 우주적인 것이고 차원이 높은 것입니다. 샤머니즘은 영혼이 살아 있다고 봅니다. 저승과 이승 사이에 이루어지는 영혼과 영혼의 교신을 통해 초혼이 이루어집니다. 샤머니즘에는 카리스마가 없습니다. 모든 생명은 평등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생명은 생명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습니다. 풀도 생명의 잔해를 먹습니다. 시체 찌꺼기나 썩은 뿌리 등을 먹는 것입니다. 대신, 생명은 탄생과 죽음이 있습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여야 합니다. 그것이 원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생존이 필요한 것입니다. 생존에 필요한 것만큼만 죽여야 합니다. 인간만이 필요 이상으로 죽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순환이 안 되는 것입니다. 진리는 탐욕을 제압할 수 없습니다. 언제나 탐욕이 이기는 것입니다. 나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구는 깨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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