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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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큰 거울과 작은 거울이 있는 방에 관한 복잡하고 이상한 기록
마감이 다가오자 그는 옛날에 쓴 습작 노트를 펴고, 노트 속의 글들을 허겁지겁 옮기기 시작합니다. 그가 옮기는 글은 큰 거울과 작은 거울이 있는 방에 관한 복잡하고 이상한 기록입니다. 그 기록은 아래와 같이 다소 애매한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거울 속, 검은 벽 앞, 붉은 체크무늬 소파에 앉아 있는 파란 눈의 여자가 김밥을 먹는 그림이 벽지로 도배된 방에 걸린, 커다란 거울 안에서, 파란 눈의 여자가, 방안에 걸린 거울 속의 여자들을 보며, 당신과 김밥을 나눠 먹습니다. 당신은 협탁 위에 놓인 전화의 수화기를 들고 거울 밖 세상으로 전화를 겁니다. 그는 글을 옮기다 말고 얼굴을 찌푸리며 자신이 도대체 습작노트에 무슨 말을 쓴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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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이달의 리뷰리뷰] 필름과 크로키의 환상적인 만남, 팀 버튼 전
〈팀 버튼 전〉 에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그렸던 습작 그림과 사진,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형 등의 860여 점이 전시되고 있는데요. 3층까지 이어진 전시관에는 그의 삶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전시한다고 합니다. 상상력의 시작, 성장기 먼저, 그의 상상력이 자라나기 시작했던 성장기입니다. 1958년, 미국 버뱅크에서 태어난 팀 버튼은 소심한 성격으로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동묘지로 놀러가거나 공포 영화를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랬다고 하는데요. 어쩌면 암울했던 성장기가 그에게는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우울하고 기괴한 분위기나 강렬한 색채가 들어간 영상의 시초가 되었던 크로키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독특한 시계 모형과 기이한 모형의 모빌들은 그의 창작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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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불긋불긋 〈문장〉에게
나는 지금까지 써온 시보다 앞으로 쓸 시가 걱정인데 나를 계속 붙잡고 있는 습작 시절의 그 무용담이 싫었다. 물론 ‘꾼’이 되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다. 어떻게 하면 시인이 될 수 있는지 몰랐고 어떤 시가 좋은 시인지 몰랐던 시절(지금도 잘 모른다), 무작정 다작과 대회에서 수상으로만 보상받을 수 있었던 칭찬을 따라다니던 때였다. 비슷한 형식과 비슷한 소재로 손끝에서 찍혀 나오는 시를 그저 시라고 믿었고, 나는 내가 쓰는 시에 쉽게 안주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시인’ 대신 ‘꾼’이 되어 있었고, 그 덕에 대학입시에 성공할 수도 있었다. 그나마 그 시절에 변명을 보태자면, 예술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일찍이 독립을 했던 터라 학비 걱정에 늘 시달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시집에서도 언뜻언뜻 밝혔지만 가족사적인 이유 때문에 나는 정신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빈곤했고 백일장에서 수상한 상금으로 학비를 내고 급식비를 내며 학교를 어렵게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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