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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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소설 쓰는 기계
실제 살인자가 작가인 나라고 할지라도 심리 묘사는 그 어떤 수로도 충분치 않다는 것을. 사실 심리 묘사도 작가가 당시 상황을 상상하며 구성한 것이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완벽한 심리 묘사란 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y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답이었다. 나는 소설 속 심리 묘사를 모두 없앴고, 예상대로 y의 유작은 굴지의 문학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사의 역작으로 이름을 남겼다. k의 유서를 통해서도 y소설을 둘러싼 소문의 진위여부가 끝내 밝혀지지 않고 미궁 속에 갇혔다. 카프카 주니어 역시 거세게 논란이 일자 업체에서 일괄 폐기해버렸다. 단지 y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본 몇몇 시청자들만이 소설가 보르헤스가 노년에 한 인터뷰를 그대로 따왔다고 강력하게 주장할 뿐이었다. 하지만 정작 의문의 열쇠를 쥐고 있는 k는 말없이 깨지 못하는 잠을 자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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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소설 소설 없는 소설
소설의 경우,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가 잡설로 뭉뚱그려질 수 있는 데다가 여러 가지 형식 실험들이 무수히 이루어진 결과로, 시로 쓴 소설, 에세이 소설, 서간체 소설, 르포르타주 소설, 논문 형식의 소설 등 아무 데나 소설이라는 이름표를 붙여도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운문과 산문과 일상과 학문은 모두 소설 안에서 하나가 된 것이다. 사회학과 소설이라는 힘없는 두 제국이 서로의 주변을 맴돌며 대치하는 경우에는, 소설이 사회학에 깃발을 꽂을까, 사회학이 소설에 깃발을 꽂을까. 참여 관찰로 쓰인 수디르 벤카테시의 『갱 리더 포 어 원 데이』나 『플로팅 시티』는 그가 사회학자가 아니라 소설가였더라면 소설로도 충분히 읽힐 수 있는 책이다. 논문을 쓰려고 시카고 대학 뒷골목 빈민촌에 잠입한 사회학자가 갱단과 얽히게 되면서 발생한 사건이라니, 갱 리더와 친구가 되고 그를 대신해서 하루 동안 갱단을 이끌기도 한다니, 할리우드 영화의 원작 소설처럼 읽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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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윤흥길의 「완장」을 통해서 본 ‘권력’의 의미
실험의 목적은 형무소 생활에 대한 심리 연구였습니다. 지원한 학생들에게는 가정적인 배경, 육체적 및 정신적 건강 경력, 종교 등 광범위한 물음이 담긴 질문지를 기입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개인 면접도 했지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성숙되어 있어서 반사회적 행동을 할 확률이 가장 적다고 판단되는 24명을 뽑았습니다. 그 다음 그들을 무작위로 골라 일부는 죄수, 나머지는 간수로 나누어 각각의 역할을 맡겼지요. 형무소는 스탠포드대학 심리학과 교실 지하복도 35 피트를 막아 만들었습니다. 그 밖의 모든 상황도 실제 교도소와 유사하게 꾸몄지요. 그 안에서 학생들에게 2주일 동안 각자가 맡은 역할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실험동안 금전적 보수뿐 아니라 충분한 식사, 의복, 의료 및 잠자리를 보장한다는 서약도 했습니다. 지원자들은 ‘모의 형무소’ 실험을 시작하기 전날 종합적인 심리 테스트도 받았습니다. 누구든 본인이 원하면 즉시 그만둘 수 있다는 것도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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