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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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쇼브라더스 베이비
수많은 액션 씬을 찍어 본 나지만 이런 무액션의 액션은 처음이므로 긴장을 놓쳐서는 안 된다. 매번 촬영 전 느끼는 날선 흥분이 온몸을 감싼다. 과연 무사히 내 인생 최후의 미장센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인가. 포기하거나 후회해서는 안 된다. 최대한 조용히 깔끔히 흔적 없이 처리해야 한다. 이 차가 내 차라면 속이 좀 편했을 텐데. 어제 그 렌터카 직원, 인상이 좋았는데 미안하게 됐다. 그는 내 얼굴을 힐끗힐끗 살피더니 “탤런트죠? 영화배우 맞죠? 아아, 어디서 봤는데.” 꼬치꼬치 캐물으며 궁금해했다. 쩔뚝이는 내 다리를 보더니 진심으로 걱정하며 말리기도 했다. “어디 다치셨어요? 운전하실 수 있겠어요?” 그는 분명 내가 출연한 작품 속에서 나를 보았을 것이다. 이름과 얼굴은 모르더라도 나의 유연한 발놀림과 화려한 검술과 우아한 낙법은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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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눈빛
무식하게도, 제작자는 내게 저예산 액션 드라마를 원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액션이 적당히 가미되었으면서도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슴 찡한 휴먼 드라마를, 적은 예산으로 찍을 수 있는 시나리오. 병신 새끼가 아주 육갑을 해요, 소리가 목구멍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일급 스타들을 캐스팅하고도 눈알이 휙휙 돌아가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도배한 블록버스터들이 우후죽순처럼 개봉되는 마당에 저예산 액션 드라마라니…… 모든 게 무명의 설움 탓이었다. 빨리 제대로 입봉을 해야 할 텐데……. 전원을 켜자 노트북이 울리는 위잉― 소리가 미세한 진동과 함께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그 소리는 왼쪽 귀에서 늘 울려대는 이명 소리와 너무도 흡사했다. 그리고 유리의 눈빛. 액정이 밝아지자 노트북 바탕화면에 올려둔 유리의 사진이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십 년쯤 전이었을 것이다. 제대 직후의 겨울 어느 날, 서울타워 팔각정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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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내 취미는 반항이다
너무 심심해서 할일도 없고 그런데 책도 읽기 싫을 때 혼자 극장에 가서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보면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올해 여름에는 특히 극장에 많이 갔는데,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따위 것들에 대해서 쓸 수가 없다. 아무것도 쓸 수가 없다. 늦은 밤 텅 빈 영화관에서 싸구려 영화를 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에 대해서라면 우리의 경찰은 전혀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아무것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안전한 것이라면 취미로 적합할 것이다. 한편 나이든 마르크스주의자가 혁명적 노동자 정당을 꿈꾸는 것은 그런 안전한 취미에서 가장 먼 것인 것이다. 그것은 아주 위험하다. 이십일 세기 대한민국에서는 그렇다고 한다. 심지어 경찰에 긴급 체포당해야 할 정도로 위험하다. 경찰의 존재 목적은 한 사회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혁명적 노동자 정당을 꿈꾸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사회에 위험하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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