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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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커피의 맛
릭은 조목조목 짚어 가며 웅의 요리 실력을 평가했다. 면 요리는 무엇보다 면발의 쫄깃한 식감이 중요하다는 것, 매운 음식은 매운 맛의 깊이가 핵심인데 웅의 라볶이는 자신이 먹어 본 몇 안 되는 매운 요리 중 최고였다는 것 등이었다. 웅이 유명 요리 사이트 레시피를 꼼꼼히 참조하고 학교 앞 단골 분식집에서 먹었던 맛을 떠올려 가며 성의껏 만들었던 음식을 릭은 맛으로 정확하게 짚어냈다. 그처럼 릭은 세심하고 배려가 남달랐다. “보통 남자 같았으면 내가 집에 들였겠니.” 이모의 말에 포함된 건 릭의 됨됨이와 자질만이 아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지만 남들과는 다른, 그의 타고난 성향을 지적한 말에 더 가까웠다. “이번 주 일요일 영화 보러 갈래?” 릭의 제안에 웅은 선뜻 응했다. 그와의 외출은 신나고 유익했다. 눈과 귀가 즐거운 건 물론 혀까지 만족해하는 나들이였다. “이런 영화도 생각보다 재미있네.” 웅이 영화관을 나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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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수필 권태기 부부가 거룩하게 사는 법
좋아해도 원하는 요리 방식은 서로 다르다. 남편은 쪄서 무쳐야 제맛이라고 우기고 나는 잔멸치 넣고 볶아야 맛있다고 받아친다. 선호하는 가지 요리가 있어도 해 주는 대로 잘 먹던 남편이 달라졌다. 얼마 전부터 가지를 볶아 놓으면 몇 번 깨지락거리다 만다. 후렴처럼 자기 어머니는 갖은양념으로 무쳐 주셨다는 말도 한다. 돌아가신 지 20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어머니 타령이다. 가지를 쪄서 무치고 싶다가도 울 엄마는···이라는 남편 말이 떠오르면 그러고 싶지 않다. 칼자루는 내가 쥐었다. 가지는 늘 달달 볶인 채 상에 올랐다.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춘향을 시킬 수 없고, 졸지에 천덕꾸러기로 변한 가지볶음을 상하기 전에 혼자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미 맛있는 반찬이 아니었다. 풀 죽은 나물 밀폐용기째 놓고 꾸역꾸역 늦은 점심을 먹었다. 다시 가지를 사나 봐라, 구시렁대는데 괜히 목이 메었다. 무침 타령하다 지쳤을까. 남자가 가지에 무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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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연어
연어 이병승 딸아이처럼 앳돼 보이는 햄버거 집 알바생 래퍼처럼 경쾌하게 주문을 받고 달인처럼 손가락을 움직인다 틈틈이 테이블을 닦는 손걸레질도 제집 밥상 닦듯 야무지다 요리 뛰고 조리 뛰면서도 말갛게 웃는 얼굴 그 아이를 보며 햄버거 페티와 도살된 소, 환경파괴 최저임금 신자유주의를 운운하기 난처하다 흐르는 강물이 더러워도 강줄기를 비틀거나 방향을 바꾸지 않고 저 혼자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저 즐겁고 씩씩한 한 마리 말간 연어 고민을 고민 없이 끌고 가는 싱싱한 웃음 앞에서 아, 정답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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