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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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文學, 수렁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
선생의 이름으로 나온 첫 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신 선포를 몇 해 앞두고 우리 사회가 전체주의 권력으로 핍박당하리라는 가장 고통스러운 예감 속에서 번역한 것이기에’ 그 절망감이 지금도 안타깝게 회상되고는 하는 것이다.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고 있는데도, 선생 내외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나도 가끔 내 얼굴이 저렇게 환하고 아름답다고 느낄 때가 있다. 글이라는 건 늘 뜻대로 되지 않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이따금, 아주 짧지만, ‘나’를 뛰어넘는 그런 순간이 있다. 그렇게 밤 새워 글을 쓴 후, 가만히 내 얼굴을 들여다보면, 그때의 얼굴이 그렇다. 겨우 수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순간이기는 하지만. 선생이 쓴 「그래도 문학이 있어야 할 이유」라는 글, 즉 선생의 말마따나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그 패배에 맞서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저 제목의 글을 읽고 큰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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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우익’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1)
그렇다면 소년을 괴롭히는 수치심으로부터 우리는 메이지 유신 이후 문명개화를 통해 내달렸지만 결국 패전을 통해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으로부터 꼼짝없이 놓이게 되었다는 사실에서 비롯하는 ‘민족적 수치심’을 읽어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둘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의 존재를 타인의 시선을 경유해서만 확인하려 든다는 데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 소년은 타자의 시선에 강박적으로 집착한다. “나를 보며 비웃던 타인들의 눈으로부터 내 얼굴을 이런 식으로 감추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자유롭게 해방된 기분일까.” 생각하며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를 갈망하는 것은 그 강박에 뒤따르는 자연스러운 반작용이다. 한편 일본 현대사에서 그와 같은 타자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지식인들의 발언을 살펴보다 보면 공통적으로 전도된 인정 욕구가 발견되어 흥미를 끈다.6) 거기서 인정 욕구는 일본이 서구라는 타자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간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으로 표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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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비평 고통을 견디는 연습: 팔레스타인에 대해 말하기
그것은 “혁명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역사와 기억의 박물관 속에 ‘전시’된 지 오래”인 광주가 아니라 “유신 체제 속의 인민 형상이 극한적으로 현현한 상황”으로서, “국민 대 비국민 사이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살육”, 즉 내전의 현장으로서 광주이어야 한다.12) 인간적 삶을 박탈하고 그에 저항하는 이들을 폭도, 괴물, 짐승이라고 부르며 폭력과 학살을 정당화하는 혐오 정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광주와 팔레스타인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1980년대 초에 팔레스타인 시인의 시집이 한국에 번역되어 나온 것 역시 두 장소의 연결을 보여 준다. 시집을 번역한 박태순의 후기에 따르면 1980년 4월 『실천문학』에 팔레스타인 시인들의 시 14편이 번역되었고 좋은 반응을 얻어 시집으로 묶여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13) 이 시선집에 시가 실린 팔레스타인의 대표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는 김지하가 1975년 수상한 로터스 상을 그보다 앞선 1969년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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