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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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감, 감감
감, 감감 김진완 당신 산에 묻던 날 설핏, 돌아본 하늘 노을이 제 몸 열어 감, 낳더라 소슬한 저승 알 밴, 감 하나 낳더라 놀빛 감을 보면 아득해지는 거 그건 그렇게, 나만 아는 까닭이 있어서다 이승은 마냥 떫어 낮술로 헹구는 몸 붉어진 눈길 닿는 곳마다 노을만 첩첩 광장시장 좌판에서 굴러 떨어진 감 주워든다 흠집 난 저승에 입술을 대고 그대 안부 묻는다 거기서도 여기가 감감 아득하다고. 이승 품은 감 하나가 안개 속에 오래 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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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오래 묵은 설움 같은
오래 묵은 설움 같은 정우영 안상수 선생이 우리 집 광문에서 저승 가는 글자들 이승 쪽으로 붙들고 있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는 듯 글자들 막 허공 속으로 스며들어 가는 중이다. 아마도 그 글자들 아버지 생전에는 영험했을 것이다. 나도 안 선생님처럼 삭아 가는 글자 몇 자락 사알살 집어올린다. 지방 태울 때 날리는 잿빛 글자들처럼 가뭇가뭇 흔들린다. 남은 글자들 긁어내리자 되얐어, 되얐어, 떨어지며 순식간에 바래 간다. 아무런 미련 없어 보인다. 갑자기 내가 다급해진다. 안 돼요, 안 돼. 오래 묵은 설움 같은 게 툭 터져 나오는데, 어허, 저분들이 누구신가. 차츰차츰 허물어지는 광 밑으로 아버지와 그 아버지와 또 그 아버지들이 스스스 돌아가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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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별의 파티 16
별의 파티 16 하혜희 개 거인들이 많은 손들로 인간들을 쓰다듬는 꿈이 나를 그곳에서 벗겨 냈다 내가 오늘의 인간을 만드는 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라면 인간은 내일의 거인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제 드리우기를 그들은 전기이고 빛이다, 신들의 그림자가 우르릉댄다, 말로 된 무논 위로, 그들은 열을 맞춰 인간들을 꽂아 심으려 한다, 바보는 먼바다에서 기후처럼 일어서는데, 해일로 그 경지를 덮치려고다 로봇 죽을 때까지 싸우자는 세상에서 싸우지 않으려고 죽은 내가 이곳에서 영문 모르게 앉았다가 터졌다가, 이 저승 풍경 속에서 또 죽어 놓인 나를 비정한 별 하늘이 읽으려는 것과 같이 기계의 말을 배우겠다며 절지동물들은 모래 속에서 기어 나옵니다 무슨 디움이니 리움이니 하는 것들을 나의 기억으로부터 집게발로 고르는데, 우리의 문법은 다른 층계에 있다고 일러 주려 해도 그들에게 닿지 않고 간지러울 따름입니다 유령 여러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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