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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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옥상 정원
옥상 정원 전윤호 중환자실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옆 건물 옥상 정원 나무도 심고 꽃도 심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들이 나보다 푸르다 한참 보고 있으면 철문 열고 한 사람이 나와 담배 피고 서성이다 시계를 보며 들어가고 선잠 자고 보면 또 한 사람 나와 두 팔 벌려 기지개를 켠다 혈관이 잘 안 잡혀 몇 번 주사바늘에 찔리는 날이면 창백한 아내에게 언제 산책이나 하자고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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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법흥사 발전소
법흥사 발전소 전윤호 앞마당에 소방차가 서 있는 절은 거대한 화력 발전소 주차장엔 버스들이 불타고 산문도 불타고 사천왕상도 불탄다 성냥알처럼 불이 붙은 신도들이 지나가는 석탑도 불타고 복전함도 불탄다 산 위로 오르는 길은 심지처럼 뻗어있고 적멸보궁에서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도 불타고 백팔 배도 불탄다 불타서 끌어올리는 사자산 푸른 하늘 저 거대한 발전타워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숲에서 숲으로 염불를 송출한다 눈을 감으면 우우웅 고압선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이 아직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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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자전거
자전거 전윤호 술 마시다 보았다 축축한 담벼락에 세워진 짐받이 자전거 잔을 들 때마다 목에 걸리는 녹슨 페달 검고 딱딱한 안장이 돼지껍데기처럼 씹힌다 우린 이제 만나면 싸워 그만 만나 내가 타도 달릴 수 있을까 앞바퀴가 기우뚱한 자전거 언덕을 넘어서 바람처럼 내려가다 웅덩이를 만나면 제 때 멈출 수도 있을까 탄 고기와 함께 남아 지글거리며 빈 의자를 바라보다 휘청거리며 일어난다 축축한 담벼락에 세워진 짐받이 자전거 한번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