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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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모색 우리는 게임을 한다 6 - 스탠리 패러블
그의 말에 따라 행동하면 스탠리는 아무도 없는 회사를 탐험하고, 사장실의 비밀 문을 발견하며, 그곳에서 회사원들이 정신 조종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어 스탠리는 정신 조종 기계를 꺼 버리고, 회사의 출구를 빠져나와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는 나레이터의 말과 함께 게임이 끝난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했지만 ‘이 엔딩’의 내용은 이게 다다. 그러나 플레이어는 이번 플레이를 통해 게임의 미심쩍은 부분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나레이터가 알려준 대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는 스탠리가 운좋게 비밀번호를 맞추었다는 멘트를 들을 수 있고, 정신 지배 시설은 어째선지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한술 더 떠서 게임의 끝에서 나레이터는 스탠리가 동료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어떻게 자신은 기계의 영향에서 벗어났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대놓고 말해버리기 때문이다. 게임이 끝나면 처음 시작할 때의 로딩 화면이 나타나고, 그렇게 게임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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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아이고, 어머니, 제발 정신 줄 놓지 말고 생각 좀 하셔 봐. 내가 왜 어머니야? 그 양반이 몇 살이실 텐데, 백 살도 훨씬 넘을 텐데, 그런 양반이 어떻게 따님 아랫도리 수발을 하셔?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에그, 며느리를 어머니라고 하시는 양반이 뭘 알아듣는다고, 물어보는 나도 정신 나간 거지.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아이고 지겨워라, 그 소리.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는 나중에 저승 가서 찾으시고, 지금은 다시 주무시기나 하셔. 차라리 못 알아들으면 좋겠다. 아예 못 들으면 더 좋겠는데 귀가 너무 밝다. 또 망측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영영 정신 줄 놓아 버리고 단숨에 저승길로 달려가고 싶다. 누가 내 아랫도리를 더듬을 때마다 나는 죽고만 싶어진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작은 것 봤다는 말을 들으면 덜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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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검은 밥그릇
검은 밥그릇 이용헌 늙은 거지가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갈퀴질을 하고 있네 늙은 거지가 검은 비닐봉지를 끌며 길가의 화단을 손으로 박박 긁고 있네 늙은 거지의 손에서 담배꽁초가 딸려 나오고 껌 종이가 딸려 나오고 썩은 나무이파리가 딸려 나오네 늙은 거지는 왜, 땅강아지도 쳐다보지 않을 쓰레기들을 마냥 긁어모으는 걸까 늙은 거지는 비닐봉지 가득 쓰레기들을 채우고 버릇처럼 꼭꼭 묶네 늙은 거지의 벙거지 아래 삐져 나온 머리카락도 꼭꼭 묶여 있네 아무리 쓸어 담아도 밥이 될 수 없는 지천의 햇살들 날이 기울어 그림자마저 벗고 끼니마저 벗어버린 실성의 순간에도 늙은 거지의 허기만은 한술의 허비도 없이 정신 속으로 흘러 들어갔으리 늙은 거지의 허기로 가득 찬 검은 몸뚱이가 어둠에 끌려가네 늙은 거지를 꼭꼭 묶은 도시의 어둠이 먹이를 박박 끌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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