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웹진(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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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시 하, 눈부신 초록 잎 두고
하, 눈부신 초록 잎 두고 허형만 하, 저 눈부신 초록 잎 두고 하, 이 눈부신 초록 잎 두고 가지마라 나의 시여 아직은 우리가 이별할 때가 아니다 누군들 한번쯤 인연의 벼랑에 서서 눈물 젖은 손 흔들어보지 않았으랴 우리가 처음 만났던 눈부신 사랑의 불꽃 아직도 예리한 칼끝처럼 가슴 저미느니 가지마라 나의 시여 아직은 우리가 그리워할 때가 아니다 하, 저 눈부신 초록 잎 두고 하, 이 눈부신 초록 잎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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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초록 달을 만나러
초록 달. 그것은 제2 지구의 상징이자 인류가 만들어낸 최초의 달이었다. "그치만 나도 초록 달은 한번 보고 싶다." "사진으로 보면 되잖아." "그게 같냐." 혜지가 맥주를 마시며 테라스 밖을 내다보았다. 도시의 밤하늘은 네온사인과 가로등, 자동차가 뿜는 불빛 때문인지 충분히 어두워지지도 못하고 불면증을 앓는 것 같았다. "필은 거기선 계속 시를 쓸까." 혜지가 밤하늘에 뜬 하얀 달을 올려다보았다. 보름달이었다. 벨벳 쿠션처럼 보드라워 보이는 둥근 달. 안으로 들어가면 무엇이든 폭 감싸 안아 줄 것 같은 동그라미. 그 밑에서는 자동차가 내는 소음과 매연, 사람들이 함부로 떠드는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지구답게 시끄러웠다. "안 쓰겠지. 내 몸만 복제해 가는 게 아니라, 2년 전 내 기억까지 모조리 복제해 가는 거니까. 제정신이면 눈 뜨자마자 정신 차리고 바로 다른 일이나 열심히 할걸?" 내 말이 끝나자 혜지가 둥근 눈을 살짝 감으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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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_콤마 > 아동청소년문학 「비둘기 할머니」외 6편
눈만 좇았다 베르의 초록 눈은 초록 물감으로는 그릴 수 없고 꼭 노랑과 파랑을 섞어 만들어야 한다 내가 속으로 까망, 한 다음 베르야, 말하고 베르, 와 야, 사이에 치즈를 속으로 또 말하는 것이 자꾸 미안하다 나랑 동생 사이, 꼭 그 사이에서 잠드는 걸 보면 너는 여전히 까망이와 치즈 사이에 있고 싶은 건지 물어보고 싶은데 초록 눈동자만 천천히 끔뻑, 그 안에 고개를 갸웃하는 내가 담겨 있다 귤 주머니에서 꺼내 내 손에 쥐여 준 것부터, 껍질을 깐 것부터, 먹기 좋게 한 알 한 알 떼어 낸 것부터, 얇은 막 속에 알갱이 하나하나까지, 꽁꽁 싸매고 챙겨 나온 마음까지.